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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대출부실 면책신청권...부동산 쏠린 돈 기업으로 돌린다

[금융위 업무보고]

은성수 "금융의 모든 것 바꾸겠다" 혁신투자 독려

부동산外 기계·원자재·재고 등 동산대출도 활성화

재무상황 나빠도 대출 가능 '한국판 페이덱스' 도입







“금융의 모든 것을 바꾸겠습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7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2020년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같이 선언하고 중점과제 중 하나로 ‘면책제도 개편’을 거론해 앞으로 금융사는 혁신기업에 대출해주거나 모험자본에 투자할 때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금융사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27조에 고의나 부정 청탁으로 대출해준 경우가 아니라면 금융사 임직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금융감독원이 검사를 나가 위법행위 등을 적발하고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기 전 면책요건에 해당하면 제재심에 올리지 않는 식이다. 하지만 은행의 대출부실에 집중돼 있고 혁신금융 부문은 적용이 안 돼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가 모험자본에 투자했다가 부실이 발생하거나 혁신금융 서비스 및 지정대리인 선정 후 문제가 발생해도 고의가 아니라면 담당자는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 기계·원자재·재고 등 다양한 기업자산을 하나로 묶어 담보로 활용하는 일괄담보제도, 동산도 담보로 인정해 대출해주는 동산담보대출 등으로 부실이 발생해도 폭넓게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제재 당사자가 면책심의를 신청할 수 있게 한 점도 눈에 띈다. 지금은 면책 대상자 여부를 감독당국이 판단하지만 앞으로는 금융사 임직원이 직접 면책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면책심의위원회도 신설해 심사의 공정성을 높인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4일 사전브리핑에서 “정부가 정책금융을 대거 푼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다”면서 “이번 정책 중 과거와 달라진 것은 금융사들이 적극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면책제도를 개편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사 임직원뿐만 아니라 감독당국 담당자도 면책하는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술금융 지원에 도움이 될 여지가 크다”면서도 “다만 현재 기술력, 지식재산권(IP)을 평가하는 구체적인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어 금융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측면이 있으므로 당국에서 분명히 해줬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는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혁신기업 1,000개를 선정한 후 3년간 40조원의 금융지원을 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추천 등을 통해 1,000개 플러스 알파(+α)의 혁신기업을 선정한다. 구체적으로 투자 15조원, 대출 15조원, 보증 10조원의 규모다. 이 중 30개 이상의 기업을 ‘글로벌 플레이어’로 키우기 위해 민간투자 유치 등을 적극 지원한다.

‘한국형 페이덱스(기업상거래 신용지수)’를 도입하는 것도 혁신적이다. 신용보증기금이 보유한 21만개 중소기업의 결제정보를 디지털뱅크화하는 게 핵심이다. 중기의 재무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결제 능력 등 상거래 신용이 좋다면 대출에서 이전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기업의 거래처 현황, 노동자 기술 숙련도, 경영인의 경영철학 등 신보만 알 수 있었던 기업정보를 지수화해 금융심사 때 활용한다.

부동산 위주의 담보대출 관행도 동산담보대출을 활성화하고 일괄담보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선한다. 은 위원장은 “중기의 자산 구성을 보면 부동산 461조원, 동산 661조원이지만 은행은 부동산만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며 “수면 아래 있는 동산이 금융에 충분히 활용되게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금융사의 부실화된 동산, IP담보대출 회수를 지원하는 기구를 오는 3월 설립하고 신용정보원은 지난해 8월 구축된 동산담보 금융권 공동 데이터베이스(DB)도 내실화한다. 아울러 일괄담보제도 도입, 현행 5년인 담보권 존속기한 폐지 등을 담은 동산담보법 개정안도 이른 시일 안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자동차, 조선, 소재·부품·장비 등 주력산업 설비투자, 운영자금에 11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편 금융위는 금감원 내 분쟁조정위원회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융위는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에 대한 조정 당사자의 신뢰성·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분조위의 전문성·중립성을 확보하고 조정 당사자의 출석·항변권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분조위를 두고 금융사·피해자 모두로부터 불만이 있었는데 개선하겠다는 뜻이다.
/이태규·송종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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