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출신 대부호 블룸버그 "볼커룰 강화" 예상밖 공약 왜

민주당 경선 2위 오르자

진보층 표심 겨냥 본격화

금융거래세 등 규제 목청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세계 9위 부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월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예상 밖 공약을 내놓았다. 당내 중도온건 대표 주자로 부상하면서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진보층의 표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18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각종 금융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약을 일부 공개했다. 우선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완화된 ‘볼커룰’ 기능을 다시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볼커룰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한 은행의 고위험 투자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금융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난해 이를 단순화한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 전 시장은 0.1% 세율의 금융거래세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거래세는 주식·채권·파생금융상품 등 모든 거래에 적용되며 0.02%에서 시작해 세율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을 발표하면서 블룸버그 전 시장은 “금융 시스템이 대부분의 미국인을 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약탈적·차별적 관행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금융정보·미디어그룹인 블룸버그통신을 창업해 막대한 부를 창출한 블룸버그 전 시장이 자신의 뿌리와도 같은 월가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은 의외의 공약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중도 성향의 블룸버그 전 시장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경선 주자 중 2위에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자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룸버그가 민주당 풀뿌리 기반인 학생층과 소수자 진영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 블룸버그 전 시장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룸버그통신을 매각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도 내놓았다. 블룸버그 전 시장의 선임 참모인 팀 오브라이언은 AP통신에 블룸버그 전 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블룸버그엘피(LP)의 매각을 신탁회사에 백지위임할 것이며 매각대금은 블룸버그 자선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희윤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