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수원 3개 구 등 5개 지역을 신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한다는 내용이다. 또 조정대상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도 축소하기로 했다. 예상보다 강한 수준의 대책은 아니었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민심을 덜 자극하려고 최소한의 규제를 내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해 참모진에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센 대책’을 내놓겠다는 신호가 여러 차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대책이 시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더욱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자 이튿날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매매 허가제를 도입하라는 주장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주택매매허가제는 집을 사고팔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인데 시장경제에서 이를 채택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청와대는 정책에 반영할 생각이 없다며 물러섰다.
시장에서는 주택정책과 관련해 과격한 주장과 대응이 넘쳐난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시장 수급에 맞춰 해결할 생각을 하지 않고 시장을 겁박하며 효과를 보려 하기 때문이다. 정책 책임자의 발언은 한없이 가볍고 시민단체는 우격다짐 식 주장을 내놓고 있다. 공시지가 현실화율 100%가 대표적이다. 현실화율이 100%라면 공시가격과 시세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의미다. 언뜻 이상적인 의견 같지만 비현실적인 주장이다. 시세가 시시각각 바뀔 경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신속하게 반영해야 하는데 행정 업무의 속성상 경직된 대응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집값이 하락했는데 세금은 집이 비쌀 때 기준으로 내야 한다면 누가 이를 받아들이겠는가. 불필요한 행정 소송이 넘쳐나게 된다. 결국 현실화율 100%를 통해 추가로 얻을 수 있는 국가적 이익보다 사회적 분쟁으로 인한 비용이 더 커진다.
대출규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대출규제 카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당장의 효과에 취해 계속 쓰다 보면 결국 선을 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가 6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가 대표적이다.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8억원을 넘었는데 6억원의 허들을 세울 경우 현금을 보유한 사람만 집을 사라는 논리가 된다. 발을 동동 구르는 이들은 평범한 시민이고 현금부자는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이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위주여서 역치(역値)가 높아지면 더욱 강한 규제를 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지속 가능하지 못하다는 의미다. 지금이라도 정책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규제로 누르고 겁박하는 게 능사인지, 수요와 공급에 맞춰 대응하는 게 현명할지는 시장 참여자 대다수가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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