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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 아이돌-팬 '세계관'으로 통하다

■ K팝 흥행 이끄는 '아이돌 세계관'

BTS, 그림자 등 음악 속 메시지 전달

팬은 MV·가사 해석해 연결고리 찾아

엑소, 他그룹과 차별화 위해 첫 도입

"복잡한 언어보다 기호·심상 등 각광"

시대정신 담아내 공감대 형성하기도

그룹 BTS./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한 발자국 떼면 한 발자국 커지는 shadow(그림자)/잠에서 눈을 뜬 여긴 또 어디/어쩜 서울 또 뉴욕 올 파리/일어나니 휘청이는 몸”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최근 발매한 정규 4집 ‘맵 오브 더 솔:7’의 타이틀곡 ‘온’의 가사 일부다. 지난 1년간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200’ 1위,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수상, ‘그래미 어워즈’ 입성 등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린 BTS의 신보는 발매 전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가사의 ‘그림자’는 왕관의 무게를 의미하는 듯하다. 그룹은 “내가 나이게 하는 것들의 힘/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라는 가사를 외치며 ‘나를 찾는 여정’을 이어갈 것을 예고한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멤버 슈가는 신보 발매를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앨범의 메시지는 내면의 ‘그림자’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림자에 잠식되지 않고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 곳곳에는 ‘그림자’라는 말이 등장한다. 리더 RM은 선공개곡 ‘블랙스완’ 역시 그림자에 관한 곡이라고 전했으며, 또 다른 수록곡 ‘라우더 댄 밤즈’에도 “저 환호 속의 낯선 그림자”라는 가사가 나온다.

그룹 BTS의 ‘온’ 키네틱 매니페스토 필름./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이돌과 팬, 쌍방향 소통 이끌어낸 세계관= BTS 새 앨범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그림자’는 BTS가 자신들의 세계관을 펼치기 위해 쓰는 수많은 소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룹은 데뷔 이후 음악적 행보와 심상을 연결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도를 꾸준히 해왔다. 위태로운 청춘을 조명한 앨범 ‘화양연화’ ‘윙스’에서는 각각 떨어지는 꽃잎과 소설 ‘데미안’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란 메시지를 담은 ‘러브 유어셀프’에서는 가상의 꽃 ‘스메랄도’가 매개가 됐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뮤직비디오나 가사 속 이미지로 전달하는 이 같은 방식은 팬들이 스스로 연결고리를 찾고 공백을 메우며 아티스트의 음악 세계를 해석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냈다. 대표적으로 ‘BU’ 표시가 있다. 몇몇 BTS 뮤직비디오 설명란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인증한 BU 콘텐츠(BU content certified by Big Hit Entertainmen)’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BU가 ‘BTS 세계관(BTS Universe)’의 약자로 통한다. 포털사이트에서 ‘BU’를 검색하면 팬들이 연구한 BTS 세계관에 관한 수많은 분석자료가 나온다.

그룹 ‘엑소’./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BTS가 스토리텔링으로 K팝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갔다면 지난 2012년 데뷔한 그룹 엑소는 세계관을 구축한 첫 사례로 꼽힌다.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동방신기’ ‘샤이니’ 등 각기 다른 성격의 보이 그룹이 활동하고 있어 새로운 색깔을 강조할 방법을 고심했다. 춤과 노래가 뛰어난 그룹이 이미 너무나 많다보니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했던 것이다. SM은 엑소에 외계에서 다양한 능력을 갖고 지구로 왔다는 스토리를 입혀 뮤직비디오와 가사에 적극 반영했다. 일부 팬들은 이를 ‘엑소학’이라 부르기 시작했고, 이렇게 구축된 팬덤은 엑소가 3년간 국내 앨범 시장을 홀로 견인하는 디딤돌이 됐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에는 아이돌이 음악 자체 혹은 캐릭터로 활동하며 팬덤을 형성해왔다면, 최근에는 스토리텔링을 포함한 세계관을 동원해 팬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어야 팬덤이 형성되고 유지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K팝이 한류 현상을 일으킬 수 있던 이면에는 무료로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있다”며 “복잡한 언어를 활용하는 대신 세계인이 공유할 수 있는 기호나 심상을 활용해 각광을 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룹 ‘여자친구’./사진제공=쏘스뮤직


◇아이돌을 넘어 ‘나’의 이야기가 된 세계관…앞으로도 이어질까=아이돌 세계관의 커다란 변화 중 하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품어간다는 점이다. 앞서 세계관이 정립된 보이그룹이 성공하자 걸그룹의 세계관에도 변화가 생겼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된 쏘스뮤직의 그룹 여자친구는 지난 3일 세계관이 한층 탄탄해진 앨범으로 돌아왔다. 이전 앨범들이 단순히 ‘소녀들의 성장’을 다뤘다면,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참여한 새 앨범 ‘회:래버린스(回:LABYRINTH)’는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으로 보다 구체화 됐다. 여기에는 방 대표가 첫 곡 ‘래버린스’와 마지막 곡 ‘프롬 미’에 작사로 직접 참여해 앨범의 메시지를 탄탄하게 다진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타이틀곡 ‘교차로’ 티저 뮤직비디오로 이전에 사용된 이미지를 재사용하며 본격적인 세계관 전개를 위한 정비의 시간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룹 ‘이달의 소녀’./사진제공=블록베리크리에이티브


지난 5일 컴백한 ‘이달의 소녀’도 최근 발매한 미니앨범 ‘해시(#)’를 통해 소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세상이 정한 틀을 깨고 나와 자신을 표출하라”는 걸크러시 메시지를 강조했다. 그룹이 멤버 별로 동물, 색상 등 다양한 심상을 부여하고 뮤직비디오에 콘셉트를 녹여온 것에 주목해 온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는 이번 신보 제작에 참여해 뮤직비디오에 불타오르는 이미지를 배치하는 등 주제를 강조하는 데 힘썼다고 한다.

김 평론가는 “과거 기획사들이 아이돌들에 우월한 모습을 강요했다면, 최근에는 아이돌과 팬이 같은 세대로서 ‘청춘’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며 “선택의 순간에서 겪는 고민, 여성도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메시지 등은 젊은 세대가 사회로 진출하며 겪는 대표적인 갈등인데, 이를 품을 수 있는 세계관과 스토리텔링이 앞으로도 아이돌 세계관의 주를 이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도 “BTS를 기점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됐다”며 “아이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담는 것이 과거보다 굉장히 중요해졌다. 그러면서도 보편성이 있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니 아이돌과 비슷한 세대의 고민이 세계관에 담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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