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가 국내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5,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매도는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대표 종목들에 집중돼 해당 종목 및 지수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제 변동성 확대에 외국인이 위험자산 축소로 대응하면서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월20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 금액은 5조5,856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20일 장중 2,277포인트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던 코스피는 설 연휴 직후인 28일 3.09% 급락한 2,176.72로 마감했다. 2월 초부터 반등하다가 대구·경북 지역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자 수가 급증하기 시작한 17일부터 하락세가 본격화됐고 28일에는 3.30% 급락한 1,987.01로 마감해 올해 처음으로 종가 기준 2,000선이 무너졌다.
지난 1월28일 5,262억원까지 늘어났던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지난달 26일 올해 들어 가장 많은 8,762억원까지 치솟았고 이날도 7,830억원에 달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 발생을 계기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과정”이라며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이번 사태로 펀더멘털이 많이 흔들릴 수 있고 유동성이 풍부한 국내 증시에서의 매도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1월20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매도는 순매도 금액이 2조3,426억원에 달한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KODEX200(7,572억원), TIGER200(6,049억원), 삼성전자우(5,390억원), SK하이닉스(3,335억원) 등이 그 뒤를 이었다. KODEX200, TIGER200은 코스피200을 기초지수로 설정한 주가연계증권(ETF)이다. 반면 순매수 종목은 6,501억원 규모를 사들인 KODEX200TR을 비롯해 KODEX MSCI Korea TR(3,195억원), LG화학(051910)(2,639억원), 삼성전기(009150)(2,406억원), TIGER 200TR(2,008억원)이다. 2차전지주와 배당금을 재투자하는 TR(토털리턴) ETF에 집중된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하락장에서의 TR ETF 매수는 배당금 재투자를 통한 차익실현 및 저가 매수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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