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세자릿수를 넘어선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한국과 이탈리아 입국자 전원에 대해 출발 공항에서 의료검사를 하기로 했다. 아울러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해 비상사태 선포 준비에도 나섰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항공편을 통해 미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은 도착 전 복수의 (의료) 검사를 받게 된다”고 발표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미국행 노선에서 실시해온 발열 검사를 3일 0시(한국시각) 이후 출발편부터 모든 국적사와 미국 항공사로 확대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발 미국 노선에 취항한 모든 항공사의 탑승자에 대해 체온계로 발열 검사를 하게 되며 탑승구에서 37.5도 이상의 발열이 확인되는 경우 탑승이 거부될 수 있다.
펜스 부통령은 또 한국과 이탈리아에 대한 여행제한이 확대될 수 있지만 양국의 발병 추이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도 추가 입국금지 조치를 꺼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미 국무부는 한국과 이탈리아의 여행경보를 3단계(여행재고)로 유지하면서도 대구와 이탈리아 북부 등 일부 지역은 최고 등급인 4단계(여행금지)로 격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전역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전염병 비상사태 선언’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미 NBC방송이 전했다. 현재 사망자가 여럿 나온 워싱턴주가 자체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코로나19가 전역으로 퍼질 경우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포가 이뤄질 경우 340억달러(약 40조원) 규모의 재난구호기금을 의료지원팀 파견, 이동식 병원 지원 등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FEMA의 한 전직 고위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침내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제약회사 경영진과 만나 백신 개발을 재촉하기도 했다. 미 의회도 75억달러 규모의 코로나19 대응 긴급 추가경정예산에 대한 초당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이는 백악관이 의회에 요청한 규모(25억달러)의 3배로 이번주 내 하원에서 가결된 뒤 상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이날에만 사망자 4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누적 사망자 수는 6명으로 늘었다. 이들 사망자는 모두 워싱턴주에서 나왔지만 확진자 발생 지역은 플로리다·일리노이·매사추세츠 등 최소 15개 주로 급증하는 추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대 의학부 학장인 가브리엘 렁 교수는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출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며 “사망자 1명이 나왔다는 것은 그 지역에 100명의 확진자가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지역사회 전파가 이렇게 잘 이뤄지는 호흡기 계통의 병원체는 예전에 본 적이 없다”며 “우리는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적절한 대책을 세운다면 이 같은 지역사회 전파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관론에는 선을 그었다. CNN방송은 WHO가 아직 코로나19를 ‘팬데믹(대유행)’으로 분류하지는 않고 있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이탈리아 입국자는 다른 국가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베트남은 오는 7일부터 한국을 오가는 모든 직항 노선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한국에 이어 이탈리아 국민에 대한 무비자(15일 이내) 입국도 금지했다. 베트남항공은 5일부터 한국 노선 여객기 운항을 당분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체코도 5일부터 한국과 이탈리아 북부 지역을 연결하는 항공기 운항을 중지하기로 했으며 한국과 이탈리아를 오가는 직항 노선 운항도 첫 취항 이후 29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중단된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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