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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남은 카드 많지 않아 신중해야...친시장이 궁극 해법"

[서경펠로 코로나경제 해법 진단]

금리 이미 낮고 유동성도 풍부...찔끔인하는 되레 毒될수도

현금복지만 몰두하는 기존 정책으로는 경기 불씨 못살려

한시적 稅혜택 등 민간 활성화 유도할 '빅 푸시 전략' 필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추고 캐나다·일본 등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부양 대응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이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구사하고 있는데다 일본과 유럽연합 등 여타 선진국들도 양적 완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11조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등 돈 풀기에 나섰고 한국은행도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글로벌 양적완화가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서울경제 펠로(자문단)와 전문가들을 통해 들어봤다.

펠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시장에 돈을 푸는 것 보다는 경제 활성화와 기업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실물수요 실종... 과거와는 다른 위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당시에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금융부실이 터졌고 이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으로 그나마 조기에 진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실물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 시스템의 문제였기 때문에 혈관이 막혀 혈액이 돌지 않았던 문제”라며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지금은 전체적으로 아예 몸이 힘을 못 쓰는 상태”라고 비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미국이 양적 완화를 실시하며 금융시장 내 신용경색을 푼 것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내수를 지탱하는 실물경제의 수요가 사라지는 악순환이어서 위험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중국·한국·이탈리아·일본·미국 등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경기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투자와 소비를 줄일 것이고, 그에 따라 우리나라 기업들의 수출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리의 경우 수출의 25%, 수입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 사태로 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지면 한국 수출과 성장률이 덩달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책 방점, 민간분야에 찍어야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오랜 숙제인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돈으로 밀어 올리는 경기부양은 임시방편 처방에 불과한 만큼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경제 시스템 자체에 손을 대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일례로 공공 부문에 경쟁을 유도하는 직무급제 도입은 미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공분야 혁신에 속도를 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절실하다”면서 “법인세를 당장 내리기 어렵다면 한시적으로라도 대규모 세제혜택을 제공해 민간투자가 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교수도 “재정확대는 정부가 구매자로서 소비를 늘린다는 의미가 있지만 정부 주도 소비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결국 민간 소비가 살아나도록 정책을 꼼꼼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현금복지 중심의 정책을 경제 활성화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강삼모 동국대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회복이 빨랐던 데는 정부가 시장에 중심을 두고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현 정부는 복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점이 경제 활성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인호 교수도 “재정정책으로 경영난에 허덕이는 기업이나 부진한 투자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임시 대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경제정책의 방점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활성화로 돌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은, 빅스텝은 히든 카드로

한은은 이르면 이번 달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빅스텝’을 밟은 만큼 한은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0.25%포인트 ‘베이비 스텝’을 밟는 것은 소기의 성과를 내기 힘든 만큼 금리 인하 카드는 마지막 수단으로 아껴둬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시장에 유동성이 풍부한 만큼 소폭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한은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금리 인하는 굉장히 아낄 필요가 있다”며 “섣부른 금리 인하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기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 내리려고 하는데 이렇게 짧게 하는 것 보다는 아껴놓았다가 나중에 빅스텝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구조개혁 없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확대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행기가 이륙을 하려면 순간적인 강한 추동력, 즉 빅 푸시(big push)가 필요하다”며 “이대로 두면 한국경제는 가라앉는다. 경제부흥 플랜을 만드는 빅 푸시 작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백주연·조양준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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