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부족 탓에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을 받고도 자가에서 입원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간 감염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대구의 확진자 증가세를 꺾으려면 동일 주소에서 2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경우부터 생활치료시설에 입소시켜 가족들과 격리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대구 수성구에 사는 A(51)씨 가족은 이번 주를 불안과 공포 속에서 보냈다.
A씨 부부를 비롯해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인 두 딸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가족 중에 무려 4명이 자가격리 상태에서 입원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에 빠졌던 것이다.
A씨 부인이 가장 먼저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A씨가 지난달 29일 양성 판정을 받았고 두 딸도 지난 1일 양성이 나왔다.
자가격리 6일만 지난 4일에서야 국립 마산병원에 병실이 마련돼 A씨 부인과 두 딸은 입원했으나 A씨는 여전히 자가격리 중이다.
A씨는 “부인이 교회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가족들에게 전파된 것으로 추정될 뿐 아직 정확한 감염경로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확진자를 포함해 모두 6명이다. 다행히 대학생 딸과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들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한 가정에 무려 4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사실상 자가격리가 의미가 없어졌다. 방 3개, 거실 1개로 이뤄진 집에 부부가 같은 방을, 확진을 받은 두 딸이 같은 방을 사용하고, 음성인 자녀 2명이 다른 방 하나와 거실을 각각 사용했다.
A씨는 “부부가 모두 감염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식사 준비 등 집안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생필품은 지인들이 택배로 보내줬다. 온 가족이 감염될까 봐 두려움 속에서 살았다”고 불안했던 한 주를 회상했다.
수성구에 사는 B(61)씨 역시 이번주 코로나19가 가족 간 감염으로 이어지면서 두려움 속에 한 주를 보냈다.
B씨가 가장 먼저 지난달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회사원인 B씨의 딸(33)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취업 준비생인 아들(31) 마저 지난 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미열과 두통, 잔기침 증세 속에 1주일 이상 자가에서 대기하며 입원을 기다리는 사이 가족 간 감염으로 이어진 것이다.
B씨의 아내는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가족 4명중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음에 따라 언제 감염될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B씨는 “매일 방문 손잡이를 소독하는 등 방역을 하고 있으나 좁은 집에 복닥복닥 지내다 보니 가족이 감염된 것 같다. 한집에 2명 이상 감염자가 나오면 사실상 자가격리가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1주일 전부터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 받도록 한다더니 도대체 언제 입소시켜 주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생활치료센터가 속속 확충되고 있으나 코로나19 확진자가 집에서 입원을 기다리는 상황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대구 확진자 4,693명 가운데 1,760명이 입원했고,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확진자는 638명이다. 완치 퇴원자와 사망자를 뺀 2,249명이 여전히 집에서 입원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가대기 중인 확진자들에게 전화를 통해 환자상태와 치료센터 입소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며 “동일 주소에 2명 이상 확진자가 나온 경우 다인실에 신속히 입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당초 생활치료시설을 확대해 이번 주말에 ‘자가 입원대기 환자 0’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추가 시설 확보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시는 경주 보문단지의 농협경주교육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운영한데 이어 다른 숙박시설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농어촌민박 경주협회 소속 700여 회원업체 가운데 50여 명이 이날 경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각적 행정정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관광도시 이미지를 먹칠하는 추가 생활치료센터 지정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구=손성락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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