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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사실상 배급제 마스크 대책, 줄서기 사라질까





약국에서, 편의점에서 손 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는 이제 새벽부터 줄을 서야 겨우 살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됐습니다. 줄 서서 몇 시간을 기다려도 허탕을 치는 일마저 생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바꿔놓은 웃지 못할 일상입니다. 마스크를 손에 넣기 위한 ‘줄서기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런데 불만은 가라앉지 않습니다. 말이 수급 안정화 대책이지, 사실상 ‘마스크 아껴쓰라’는 것과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따르면 당장 오는 9일, 즉 다음 주부터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 공적 판매처에서 살 수 있는 마스크의 수는 한 사람 당 일주일에 2개로 제한됩니다. 기존 1인당 5개에서 줄어든 것이죠. 이것도 약국에 한정된 얘기입니다. 우체국과 농협에서는 당분간 1인당 마스크 1개만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 1개당 가격은 1,500원선이 될 전망입니다.

수량만 적어진 게 아니라 절차도 까다로워졌습니다. 약국에서 마스크를 살 때 출생연도 끝자리를 기준으로 월∼금요일까지 요일별로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마스크 5부제’인 것이죠. 월요일에는 출생연도 끝자리가 1, 6년인 사람만 마스크를 구매하고, 화요일에는 2, 7년인 사람, 수요일에는 3, 8년인 사람, 목요일에는 4, 9년인 사람, 금요일에는 5, 0년인 사람 식입니다. 단 5부제 시행 전인 금요일인 지난 6일부터 일요일인 오는 8일까지는 출생연도와 무관하게 1인당 2개씩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우체국과 농협의 경우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구축되기 이전까지는 매일 하루 1인 1매를 살 수 있으며, 구매 5부제는 확인시스템이 구축된 후부터 적용됩니다.

김용범(오른쪽 세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마스크 수급 안정화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물량 부족으로 구매물량을 1인당 1주일에 2장으로 제한하고 요일별 5부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신분증도 필요해졌습니다. 본인이 직접 약국·우체국·농협을 방문해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여권 등 공인신분증을 제시하고 구매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모의 자녀 마스크 대리 구매 등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미성년자는 여권, 학생증과 주민등록등본으로 본인 확인이 가능한 경우, 법정대리인과 함께 방문해 법정대리인의 신분증과 주민등록등본을 제시한 경우에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고, 장애인은 대리인이 장애인등록증을 지참할 경우 구매를 허용합니다. 여기까지 읽고 헷갈리는 분이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금 마스크 구매 이야기 하는 것 맞습니다. 당장 다음 주부터 마스크를 살 때 마주해야 할 현실입니다.

한 마디로 이번 마스크 대책은 강력한 수요 억제책입니다. ‘마스크 공급은 문제 없다’고 했던 정부가 ‘마스크 부족할 수 있다’고 시인한 셈이죠. 날짜를 정해 증빙서류(?)까지 요구하는 모습을 보고 ‘이게 마스크 배급제가 아니면 뭐냐’는 비판이 많습니다.



정부의 고민이 이해가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 국내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1,000만개로, 국민 5명당 한 개꼴입니다. 정부는 마스크와 원부자재 업체를 독려해 다음 달까지 생산량을 1,40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 공급물량으로 돌리고, 마스크 해외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 역시 이번 대책에 담겼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도 코로나 19 확산 걱정에 휩싸인 온 국민이 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마스크를 만들고 싶어도 필터 같은 부품이 딸린다는 업체들 역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부가 마스크판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 쓰고)’ 운동을 벌이게 된 이유인 것이죠. 실제 정부는 오염이 덜 되고, 본인이 다시 쓴다는 전제 하에 필터 마스크를 재사용하고, 필터 기능이 없는 면 마스크라도 빨아서 사용할 것을 권고하는 중입니다. 마스크 재사용과 필터를 따로 부착한 면 마스크가 오염물질을 얼마나 걸러줄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연구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시민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5가 인근 약국 앞에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정부는 이날 1주일에 2장 한도로 마스크를 판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이번 마스크 대책은 정말 ‘줄 서기 전쟁’을 끝낼 수 있을까요. 지난 6일 전국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사기 위한 행렬이 이어졌다는 소식이 쏟아졌습니다. 이날 찾은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해당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는 “하루에 300명 이상이 마스크를 찾는데 공급은 100장 정도인 셈이고 그것도 (마스크가) 매일 입고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약사와 직원 총 2명이 있는데 마스크 파느라 정작 처방전 들고 오는 손님을 못 보는 경우도 있는데 앞으로 신분증 확인까지 하느라 더 정신 없어질 것 같다며 걱정하기도 했죠. 이날도 자녀가 쓸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 앞에서 줄서기를 했다는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5부제가 실시되면 사정이 좀 나아질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도 “어디를 가도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이 많은데 줄서기가 쉽게 끝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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