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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신천지 강제수사 압박에...다시 나온 윤석열 '스타일'

추미애 "국민 86% 압수수색 원한다" 압박

檢은 대신 5일 중대본 행정조사 지원나서

굽히지 않으면서도 실리 챙겨 갈등 '일단락'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 필두 '코로나19 본부'

법무부 따르는 그림 아니라 독자적 움직임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방역 목적의 차원에서도 신천지 강제수사는 즉각 필요하다.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일 국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향해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압박했다. 이후 검찰의 행보는 강제수사가 아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행정조사 지원이었다. 대검찰청은 5일 과천에 있는 신천지 교회 본부에 대해 중대본이 실시한 행정조사에 포렌식 요원들을 보내 지원했다.

검찰이 법무부 장관의 공개적 압박에도 행정조사 지원 형식을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표면적으로는 강제수사를 할 시 신천지 신도들이 숨는다거나, 이만희 교주 수사로 신도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예측할 수 없는 돌발상황이 벌어지면 방역에 해가 되고, 이 책임은 오로지 검찰이 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어 압수수색을 통해 형사 절차에 따라 확보한 자료를 보건당국 등에 다른 용도로 사용되도록 넘기는 것이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기도 하다. 법무부는 관련 근거 법령을 감염예방법 76조로 보고 보건복지부와 같은 중앙행정기관이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검찰 내에선 관련 조문이 범죄경력 조회 등 특정 사유로만 요청이 가능토록 한 것이라 위법은 아니더라도 편법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신 행정조사는 보건당국과 지자체가 강제성은 없지만 감염예방법에 따라 신천지와 협의를 함으로써 압수수색과 달리 좀 더 유연하게 자료 확보를 할 수 있다. 검찰은 이 점에서 압수수색 대신 행정조사 지원 형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5일 오후 정부가 행정조사를 진행 중인 경기 과천시 신천지교회 본부 입구에서 신천지 관계자들이 취재진의 출입을 막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국내외 신천지 신도, 교육생 등의 인적사항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교회 본부에 대해 행정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추 장관이 국회에 나가서 신천지 수사를 단숨에 ‘정치적 수사’로 못 박은 데 대해 검찰이 동조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법무부와 여당의 압박에 검찰이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로써 검찰은 법무부의 강제수사 압박과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으면서도 실리를 챙겼다고 풀이된다. “국민 86% 이상이 압수수색을 원한다”는 추 장관의 말에 검찰이 ‘굽히는’ 그림을 만들지 않는 동시에 법리적으로도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형식의 행정조사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신천지의 명단 누락 등 의혹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이 벌이던 미묘한 신경전은 이렇게 일단락됐다. 특히 행정조사 지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접 “방법을 연구하라”는 지시에 따라 마련됐고, 당일 국회에서 압수수색을 강조하던 추 장관에게 전달돼 추 장관이 바로 승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법무부에 먼저 제안한 방안으로, 윤 총장이 법무부와 무조건적으로 갈등하진 않겠다는 손짓이다. 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윤석열 측근이 모두 지방으로 좌천되는 인사가 단행되고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등으로 또 한 차례 갈등이 폭발했지만, 이로써 법무부와 검찰의 ‘3라운드’는 시작되기 전에 일단락된 셈이다. 대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감염병이라는 비상상황에 놓인 지금 검찰은 어떻게든 지원방법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며, 현 단계에서 법무부와 대립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서 앞으로 주목해야 할 ‘관전 포인트’는 대검의 ‘코로나19 검찰 대응본부’다. 이 본부는 지난 5일자로 ‘대검찰청 코로나19 대응TF’을 격상시켜 꾸려졌다. TF팀장은 기획조정부장이었으나 새로 생긴 본부는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다. 검찰이 상황의 위중함을 인식하고 신천지 수사를 비롯한 코로나19 관련 범죄에 엄정대응하겠다는 대외적 메시지로 풀이된다. 법조계 일각에선 대검의 대응본부 격상 움직임이 법무부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는 평가도 있다. 이로써 대립구도를 더 뚜렷이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선 미묘하게 다른 해석이 나온다. 법무부의 요구에 따라 신천지에 대한 수사를 더 적극 하겠다고 알리는 것은 맞지만, 대신 그 방식은 법무부의 ‘탑다운’이 아닌 독자적 판단에 따라 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신천지 수사 국면의 주도권은 법무부·여당이 아닌 검찰로 넘어갔다. 다른 말로 윤 총장은 행정조사 지원 성격으로 법무부의 요구는 뿌리치고, 앞으로 본인이 직접 보고를 받으며 수사를 지휘하겠다며 여론을 달래게 됐다. 지난해 11월 윤 총장이 세월호 사건 전면 재수사도 국민 여론에 힘입어 나선 것과 같은 모양새다.



향후 검찰은 신천지 관련 수사 등을 더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본부장을 윤 총장이 맡는다는 것은 검찰 조직 내에선 큰 변화다. 날마다 보고를 올리는데 보고 대상이 기획조정부장이 아닌 총장이면 보고내용에 더욱 신경 써야 해서다. 회사에서 팀장에게 보고하는 것과 회사 대표에게 직접보고를 하는 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방역이 우선이고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을 따르겠다는 검찰 내 기조는 변함이 없겠지만, 한편으론 다른 부처와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게 검찰의 숙명 아닌가”라며 “대응본부 격상은 (신천지 수사 등 코로나19 관련 수사를) 앞으로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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