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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유행땐 순식간에 확진 1만명…수도권 병상확보 시나리오 마련해야"

■코로나19 콜센터發 수도권 '3차 유행' 시작되나

건물내 거주자·선거사무소 인력 등 합하면 1,000명 육박

확진자 증상후에도 대중교통 이용...방역망밖 접촉 다수

수도권 음압병상 600개뿐…지정병상 가동률은 90% 넘어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100명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고 일부 직원은 지난 2월 말부터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대중교통으로 회사에 장기간 출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초비상이 걸린 방역당국은 고위험사업장에 대한 지침을 새로 마련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더 전격적이고 강화된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집단감염이 일어난 서울 구로구 콜센터의 11층 직원 207명 중 40%에 육박하는 77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데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증상이 나타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건물 내 근무하거나 거주하는 인원은 콜센터 760명, 오피스텔 거주자 200명에 예식장, 선거사무소 인력까지 합하면 1,000명에 육박한다.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들로부터의 2차 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20명 안팎의 확진자들이 이들의 가족이다. 수도권에서의 3차 유행이 우려되는 이유다.

서울시는 이날 안전 안내 문자를 통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해당 빌딩 방문자 중 열·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다면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방문해달라고 당부했으며 방역당국은 집단감염의 우려가 높은 사업장에 대해 근무환경 개선과 일시 휴업 등을 권고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온라인·재택근무가 가능한 경우는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보건관리자를 지정해 환경 소독 등을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위험 사업장 감염관리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내 병상과 생활치료센터 준비에도 나섰다. 현재 수도권 내 음압병상은 국가지정병상과 민간 병원 병상을 합쳐 서울 382병상, 경기 135병상, 인천 80병상 등 총 600병상이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지역들의 중증환자들을 수용하며 가용 가능한 병상의 수는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 내 국가지정병상의 가동률은 이미 9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협회는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병상 수를 집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이날 생활치료센터와 관련해 태릉선수촌과 인재개발원 등을 입원 병실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의 증상이 나타난 뒤 5일까지가 가장 전염력이 높은 기간으로 보고 밀접접촉한 가족·지인·직장동료 등의 노출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해 하루 내 분석을 끝내겠다고 밝혔다. 집단 발병이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엄밀한 동선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교통에서의 접촉자 분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전반적인 소독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했다. 콜센터 인근의 지하철역인 신도림역의 하루 이용객은 12만명에 달한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강도를 높인 전격적인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전염병으로 인한 입국제한이 코로나19가 처음일 정도로 대응이 쉽지 않다”며 “이탈리아가 전 국민에 대한 이동제한을 하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위험도에 따른 적절한 방역조치에 대해 검토와 결정이 계속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이날 중국과 홍콩·마카오에 더해 이탈리아와 이란을 검역관리지역에 추가했다. 이곳에서 입국하는 이들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등 특별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문가들은 서울·경기도 등에서 대유행이 발생할 경우 수도권 내의 확진 환자만 순식간에 1만명을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던 정기석 한림대 의대 교수는 “수도권 내 환자 증가에 따른 병상 확보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한다”며 “환자 1,000명, 2,000명일 때 고위험군은 어느 병원으로 이송하고 생활치료센터는 어느 곳을 정할 지 이미 결정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의 이용 가능한 구급차가 몇 대인지, 인공호흡기와 에크모(ECMO·체외산소공급장치)는 몇 대나 준비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위험군과 중증환자 분류 속도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지금도 고위험군이 병원에 입원할 때까지 4~5일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0명이 병상을 못 구해 자택에서 대기하는 일이 다시는 벌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학도 더 연기해야 하며 10명 이상이 모이는 주말 집회는 금지하고 20명 이상 모이는 회의는 전부 다 원격 화상회의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 역시 “가능한 한 인원이 섞이지 않는 게 좋다”며 “의사로서는 이동을 제한하고, 회사를 휴업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밝혔다. /오송=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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