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부광약품 본사에는 주주총회를 맞아 하얀 천막 세 동이 들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연일 맹위를 떨치자 간이 대기실과 선물 배부대, 접수처로 활용하기 위해 외부에 회사 측이 급하게 마련한 것. 주주들은 가장 먼저 천막에 설치된 접수처에 들러 명단을 확인한 후 체온계와 열화상카메라로 체온 측정을 거친 뒤에야 주총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부광약품 주총은 매년 참석자가 200여명에 달했지만 이날은 40명 남짓한 인원만 주총장을 찾았다. 주총장을 찾은 부광약품의 한 주주는 “(코로나19 때문에) 참석이 꺼려졌지만 출입 전 체온을 검사하고 주총장에서도 4인용 테이블에 1명만 앉게 하는 등 감염에 단단히 대비한 모습에 조금은 마음을 놓았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금호석유화학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서울 종로구의 시그니쳐타워 1층. 평소라면 출근하는 임직원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이날은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산했다. 주총 지원을 위해 주주명부가 놓인 책상 앞에 앉은 직원들만 5~6명에 이르렀을 뿐 주총장 입장을 위해 의안서를 받아 보안검색대로 들어가는 주주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직원들은 주주명부를 확인한 뒤 보안검색대 진입에 앞서 일일이 소형 체온계로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의 체온을 쟀다. 직원과 주주 모두 마스크를 쓴 채였다.
당초 서울 명동 YWCA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금호석유화학 주총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관이 취소되며 본사 건물로 개최 장소가 급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며칠 전 건물 지하상가에 확진자가 들른 사실이 알려지며 금호석유화학 차원에서 재택근무가 시행됐고 주총장을 찾은 주주의 수도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개인투자자 참석자 수가 예년(20~30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참석 주주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 많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이날에만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유가증권 15개사, 코스닥 16개사 등 총 33개사가 주총을 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혼란과 ‘주주 없는 주총’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날까지 총 2,302개의 12월 말 결산 상장사 중 51개가 주총을 개최했으며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지난 11일까지 유가증권 상장사 708개 중 17개, 코스닥 상장사 중 18개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총 개최 장소를 변경하거나 시간을 바꾼다고 공시한 상태다. /양사록·이승배·심기문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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