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면역학적 폭풍’이라고 불리는 사이토카인 스톰(Cytokine Storm)이 주목받고 있다.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20일 B씨에 대해 “사이토카인 스톰(물질) 분비가 과한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사이토카인 스톰은 젊은 연령대 환자에서 매우 드물지만 20대도 0.2%의 사망률을 보인다.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토카인 스톰에 대해 “코로나19에서만 생기는 게 아니라 사스·메르스에서도 있었다”며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만났을 때) 면역계·백혈구 세포들의 일부가 너무 열심히 싸워 사이토카인이라는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이 과다하게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면 몸이 콩팥이나 간·골수·폐 등을 다치는 증후군으로 다발성 장기부전을 일으킨다”며 “코로나19에 한정된 게 아니라 다른 바이러스도 이런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종류가 많은데 이들의 궁극적 역할은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염증반응은 체내로 침입한 병원체를 없애기 위한 일련의 다양한 체내 현상(병원체를 죽이기 위한 발열 반응, 감염 부위에 면역세포가 모여들어 부어오르는 현상, 면역세포의 수월한 통행을 위한 혈관확장 등)을 일으킨다.
원래 염증반응은 몸을 지키기 위한 면역반응인데 체내에서 조절이 되지 않아 사이토카인 스톰이 일어나면 분비된 다량의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시상하부를 자극해 42도의 고열을 일으킨다.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섭씨 40도 이상에서 오랫동안 노출될 경우 단백질 변형이 일어나 정상세포가 면역세포에 의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 독감 때 엄청난 사망률은 이 사이토카인 스톰으로 면역체계가 과민반응을 일으켜 신체조직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생긴 2차 피해가 컸다. 조류독감(H5N1), 에볼라에서도 사이토카인 스톰 때문에 사망률이 높았다.
최근 저명 의학지 ‘랜싯’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주요 사망원인은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으로 인한 호흡부전, 과도한 염증증후군인 ‘2차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sHLH)’ 등이다. 성인에서 sHLH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사이토카인 스톰과 관련이 있다. 패혈증 사례의 3.7~4.3%에서 발생한다.
sHLH는 끊임없는 발열, 혈구감소증, 고페리틴혈증, 폐 침범(ARDS 포함) 환자의 50%가량에서 발생한다. 중국 우한에서 150건의 확인된 코로나19 환자 사례 연구에서 사망자의 혈중 페리틴(세포 안에 저장된 철의 일차 형태) 수치는 평균 1,298ng/㎖로 생존자(평균 614ng/㎖)보다 매우 높았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바이러스에 의한 과염증이 사망과 관련이 있음을 시사한다”며 “모든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과염증 여부를 검사하고 면역억제가 사망률을 개선할 수 있는 환자를 가려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고혈압·당뇨병·심장·폐질환 같은 기저질환(지병)이 없던 A군은 10일 처음 발열이 나타났고, 12일 체온이 39도까지 오르자 집 근처 병원에 갔다. 13일 상태가 나빠져 영남대병원에 입원했고, 다음 날 오후부터 중증환자들이 받는 혈액투석과 에크모(ECMO·인공심폐장치) 치료를 받았지만 폐렴과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폐렴은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나 세균, 곰팡이 등의 미생물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증상은 환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해 급성호흡부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급성호흡부전은 고농도의 산소를 공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호흡곤란이 발생하는 상태다. 사망에 이르는 폐렴 환자 대부분이 겪는다. 다발성 장기부전은 몸의 여러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멈추거나 둔해지는 증상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센터장(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코로나19가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한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사례”라며 “급성 폐렴은 발병한 지 빠르면 5일 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영식 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진료기록을 보지는 못했지만 급성호흡부전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며 “X레이에서 폐가 하얗게 변했다고 하는데 생명 유지에 영향을 주는 장기가 망가진 것도 사망 원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고교생의 증상이 일반적인 폐렴보다 빠르게 진행됐던 것은 맞지만 아주 예외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처음 병원에 갔을 때 중증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해 입원을 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