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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론직설]"스페인독감 이후 최대 위기지만...유럽, 내달 코로나 안정세 기대"

<괄티에로 알비시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

무증상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 확진자의 10배 추정

최대 진앙지 伊·스페인 감염자 정점....이달 변곡점 맞을 것

변이로 풍토병 전환 가능성 있지만 특징 바뀔 정도는 아냐

각국 바이러스 샘플 공유 늘려 백신·치료제 개발 속도내야

괄티에로 알비시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파도바대






전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만명, 사망자가 5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야말로 스페인독감(1918~1920년)에 이어 가장 큰 규모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다. 이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은 곳은 이탈리아로 1만4,000여명에 달한다. 스페인·영국·프랑스·독일·스위스 등 유럽이 세계 확진자 중 40%를 훌쩍 넘는다. 따라서 유럽과 미국이 언제쯤 정점을 찍고 변곡점을 맞을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팬데믹의 진앙 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괄티에로 알비시(Gualtiero alvisi·44) 파도바대학교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대학은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한 북부 롬바르디아주의 바로 옆 베네토주에 있다. 알비시 교수는 2일 서울경제와의 e메일 연쇄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스페인독감 이후 100년 만에 최악의 감염병 사태”라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정점에 달하는 듯하나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아직 변곡점에 도달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이동제한령이 지난 2월21일 북부 일부에서 내려지고 3월8일 전국으로 확대됐다. 공장도 필수적이지 않은 곳은 문을 닫았다. 가게 중에도 약국이나 필수물품을 판매하는 곳만 열었다. 스포츠경기가 중지됐을 뿐 아니라 영화관·수영장 등도 모두 문을 닫았다. 등교는 온라인교육으로 대체됐다. 교회는 접근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데 엄격한 거리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한다. 사망자가 많아 관이 모자라고 화장도 기다려야 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3월21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위기”라고 했다. 당초 4월3일까지인 봉쇄조치가 오는 13일까지 연장됐다. 그 이상 갈 수도 있다. 경제가 직격탄을 맞아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해 2009년 이래 최악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5월16일까지 60일간 해고를 금지했으나 이후에도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어떤가.

△초기에 대부분 이탈리아처럼 대규모 봉쇄에 나섰으나 효과적으로 공조하지 못했다. 독일도 접촉제한 조치 기간을 5일에서 19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영국이나 스웨덴에서는 집단면역 방안이 거론됐는데 영국은 현실성이 떨어져 철회했다. 스웨덴의 성과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스웨덴은 3월 말부터 6월까지 햇볕을 오래 쬘 수 있어 야외활동이 활발하다. 그런 의미에서 집단면역 실험을 이해할 수 있다.

괄티에로 알비시(왼쪽) 파도바대 교수가 동료 연구자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파도바대


-이탈리아가 유럽의 바이러스 발원지가 된 이유는.

△중국에서 가장 먼저 전파됐다.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고령화도 분명히 악영향을 미쳤다. 60세 이상의 감염 속도가 빨랐으나 의료 시스템이 이에 대응하지 못했다. 의료계 종사자들 중에서도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더 어려워졌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거점국인데.

△그것도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미 중국 기업이 이탈리아 북부지역 섬유·패션·가죽업체 등을 많이 매입했고 밀라노 등에 3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무증상 감염자까지 포함하면 실제 감염자는 확진자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실제 감염자는 얼마나 된다고 보나.

△공식 확진자보다 10배 이상 많다고 상상할 수 있다. 어떤 과학자는 많게 봐서 20배라고 하기도 한다. 사망자 중 확진 판정 없이 숨진 경우도 많을 것이다. 미국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10만명에서 24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국에서 밝혔다. 불법체류자는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그렇게 전파성이 강하다는 얘기인가.

△이 바이러스는 병독성과 병원성이 비교적 낮지만 전염성이 높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치사율이 높지만 전파는 잘 안 되는 것과 비교된다. 노인이나 심혈관질환·당뇨병 환자에게 치명적이다. 감염자 중 무증상자의 비율이 절반에 달할 것으로 본다. 이들 중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도 있다. 감염된 뒤 회복되면 대부분 면역성을 갖게 되기를 기대하지만 얼마나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다.

-이탈리아에서 감염자의 치사율이 11%를 넘어 세계 최고인데 왜 이렇게 높은가.

△드러나지 않은 실질 감염자를 고려하면 치사율은 그보다 낮을 수 있다. 고령층 중심으로 사망자가 많이 나왔다. 초기에는 경증 환자까지 검진하다 이후 의료 인프라 부족으로 중증 환자로 좁히면서 사태가 커진 측면도 있다. 유럽 국가 중 평균수명(83.4세)이 매우 긴 편인데 사망자 대부분은 질병을 앓는 상태였다. 바이러스 탐지 전에 꽤 긴 시간 동안 이미 전파됐다. 유럽인들은 나라별로 다양하지만 만나면 끌어안거나 볼에 뽀뽀하는 문화가 있어 감염에 취약해진 측면도 있다.

괄티에로 알비시(왼쪽) 파도바대 교수가 동료 연구자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제공=파도바대


-유럽 중에서도 이탈리아와 독일의 치사율 차이가 크다.

△치사율이 1%가 되지 않는 독일은 평균수명이 이탈리아보다 2년 정도 짧은데 감염자가 아마 이탈리아보다 젊을 것이다. 감염자 중 60세 이상이 이탈리아에는 36%가량 되는데 독일은 18% 정도다. 양국의 사회적·문화적 차이도 있다. 독일의 한 기자는 “독일 노인은 외롭지만 살아남았다”고 했다. 반면 이탈리아 노인은 술집과 카페 등에도 자주 다닌다.



-이탈리아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공격적인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일부 연구에는 바이러스가 변이돼 더욱 치명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런 가설을 믿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더 악성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대처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됐나.

△‘바이러스가 관료보다 더 빠르다’는 말이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3월8일 전국 봉쇄령 발표 전 이미 유증상자를 포함해 수만명이 남하했다. 고질적인 관료주의 외에 정확한 역학조사와 검사 부족, 많은 고령인구, 북부의 대기오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공의료 예산 축소 등도 문제였다. 정부가 나름대로 방역을 철저히 했으나 바이러스 전파속도를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했다. 의료진 감염이 확산된 것도 사태를 키웠다. 이탈리아뿐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의료진조차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용품을 구하기가 힘들다. 유럽과 미국은 그동안 마스크 문화가 없었는데 증상 기미를 보이거나 대도시에 사는 경우에는 써야 한다. 북부에서 진단키트도 부족하고 병원도 환자를 다 수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중국·러시아·쿠바·독일 등에서 지원을 받아 의료재난은 피했다.

-한국 사례를 참고하자는 얘기도 나오던데.

△정부가 한국 모델 스터디그룹을 가동하고 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지만 확진자 동선추적용 앱을 개발하기로 했다. 저희 대학이 있는 베네토주는 유증상자만 검사하라는 정부 지침과 달리 무증상자도 검사한다. 북부와 중부의 일부 주는 드라이브스루 진료소도 운영한다.

-코로나19가 언제 정점을 찍고 사그라질까.

△비관적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탈리아에서도 점차 수그러드는 추세다. 각국이 어떻게 공조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럽에서 앞으로 6~8주 내 상황이 안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기대한다.

-코로나19 기세가 일부 꺾인다는 얘기인가.

△이탈리아의 경우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1주일 새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비오 브루사페로 국립고등보건연구소장도 “최근 신규 확진자 곡선은 정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검사·격리·추적 등 공격적으로 대처하면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스페인도 확진자 증가세가 1주일째 하향세다. 물론 검사 숫자 감소에 따른 착시인지는 걸러봐야 한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의 확진자 진정세에 대해서는 지금 말할 수 있는 시점이 아니다.

-언제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할까.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5월 초 다시 일부 활동을 시작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을 수 있다. 6월에 끝나는 이번 학기 강의는 학교에서 하기 힘들 것이다.

괄티에로 알비시(왼쪽) 파도바대 교수가 연구실에서 동료 연구자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파도바대


-스페인독감처럼 여름에 잠잠해졌다가 다시 가을부터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는데.

△여름에는 야외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 사람 간 확산이 부분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다만 여름철 습도와 공기조절 시스템이 어떻게 바이러스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봐야 한다. 물론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얼마나 변이되는지는 잘 알지 못하는데 변종이 코로나19의 특징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언제쯤 가능할까.

△세계적으로 기존 에이즈나 말라리아·에볼라 치료약물을 활용해 환자들에게 치료제 임상연구를 하고 있는데 적합한 것이 2~3개월 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백신 개발은 매우 어려워 이르면 2022년쯤 돼야 가능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RNA 바이러스라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는데 각국이 감염자의 바이러스 샘플을 활발히 공유해야 한다. 유전체지도를 풍부하게 만들면 변이 흐름을 추적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He is..

1976년 이탈리아 중북부 볼로냐에서 태어나 볼로냐대에서 의학생명공학을 공부하고 분자바이러스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셀룰러대에서 미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호주 멜버른대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에서 각각 3년씩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근무한 뒤 2011년 이탈리아 북부의 파도바대 교수로 부임해 임상미생물학을 연구하며 항바이러스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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