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한성욱 계명대 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은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에 코로나19로 급성 심근염 증상을 보인 21세 여성의 사례를 발표했다.
심근염의 주된 원인은 바이러스·세균 감염, 약물독성이나 환경독소, 면역학적 이상 등이며 급성 심근염이 심해지면 흉통·호흡곤란·심장비대·만성 심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다만 이 여성의 경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심근세포의 앤지오텐신전환효소2(ACE2) 수용체를 통해 침투, 염증을 일으켜 심근을 직접적으로 손상시켰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 환자는 코로나19 확진 당시 열·기침·가래·설사·호흡곤란 등 일반적 증상을 보였다. 기저질환(지병)은 없었다. 하지만 입원 후 시행한 검사에서 심장 박출률이 25%가량 떨어져 있었다. 또 심장근육의 이상 여부를 알 수 있는 심근효소인 트로포닌-아이(TnI) 혈중 수치가 1.26ng/㎖로 정상치(0.3ng/㎖ 미만)의 4.2배나 됐다. 통상적으로 트로포닌-I 수치는 조금만 높아져도 심장근육에 산소·영양분을 실은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힌 심근경색이나 심근염 등으로 심장근육이 손상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심부전의 중증도와 관계가 있는 또 다른 심근효소(NT-proBNP)의 농도도 1,929pg/㎖(정상 125pg/㎖ 미만)의 15.4배나 됐다. 심전도 검사에서도 심장기능의 이상이 관찰됐다.
트로포닌은 골격계와 심근 섬유에서 발견되는 근수축 조절 단백질인데 이 중 트로포닌-아이와 T(TnT)는 심근에서만 발견되며 심근세포 손상이 심할수록 혈중 농도가 높아진다.
주치의인 김 교수는 일단 심근염을 의심했다.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했더니 관상동맥이 막히지 않아 심근경색은 아니었다. 대신 폐와 심근의 여러 부위에 염증·부종이 있고 폐는 안개 낀듯 뿌옇게 보이는 등 바이러스성 폐렴 소견이 보였다.
환자는 1개월여의 입원치료 후 코로나19 음성(바이러스 유전자 미검출) 판정을 받아 퇴원했다. 하지만 지금도 심장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주기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이 환자의 경우 입원 후 심장 박출률이 25%가량 떨어져 심근염을 의심했고 CT·MRI 등 추가 검사를 통해 확진·치료했지만 이런 의심이 없었다면 심근염 치료가 늦어졌을 수 있다”며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할 때 심근염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감염 후 심장 질환으로 악화하는 부작용 등을 예방하기 위해 ‘헤파린’을 사용하거나 선천 면역을 위해 결핵 백신인 ‘BCG’ 등을 접종하는 것도 해외에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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