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탓에 창고에 쌓인 재고 면세품이 국내 유통시장에 풀린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면세업계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지만, 기존 내수용 판매 채널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관세청은 29일 재고 면세품을 수입 통관한 뒤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규정상 재고 면세품은 폐기처리 하거나 공급자에게 반품해야 한다.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수입 통관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외국인과 출국하는 내국인을 상대로 관세·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은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관 당국이 재고 면세품의 국내 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월 기준 입출국 여행객이 93% 급감하는 등에 따라 면세업계의 경영난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다만 6개월 이상 장기 재고 면세품에 대해서만 국내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국내 판매를 하려면 일반 수입품과 마찬가지로 관세 등의 세금을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재고 면세품이 국내 유통시장에 풀리더라도 면세 가격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 관계자는 “장기 재고 20%를 소진하면 면세업계는 약 1,6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청이 전례 없는 면세업계를 대상으로 전례 없는 지원책을 내놨지만 어느 유통 채널로, 어느 정도의 가격에 판매될 지는 미지수다. 같은 브랜드라도 내수용과 면세품의 수입업체가 다른 경우가 많아 기존 업체들이 면세품 판매에 반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사례가 없는 탓에 재고 면세품의 감가상각률을 얼마로 책정해 판매할 지도 정해야 한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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