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정부가 ‘반테러 조례’를 적용해 반정부 시위대를 탄압할 것이라고 밝히자 야당과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존 리 홍콩 치안장관은 인터뷰에서 홍콩 내 자생적인 테러 위협을 막기 위해 ‘반테러 조례’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리 장관은 “홍콩 내 테러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유엔 주도로 제정된 법규(반테러 조례)를 적용해 관련 조직에 대한 ‘산소’ 공급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장관은 지난해 6월부터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진 후 홍콩 경찰이 5건의 총기를 압수하고 10여 건의 폭탄테러 모의 사건을 적발한 점을 지적하면서 테러 대응 경보를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시위대를 겨냥해 “이들은 테러리스트에 ‘산소’를 공급하는 사람들이며,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진압하려는 경찰의 행동을 방해하는 것은 심각한 행위”라며 홍콩 시민들이 급진적 행동을 비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콩의 ‘반테러 조례’는 폭탄 제조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으며, 테러리스트 혐의를 받는 사람의 재산은 동결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 등 범민주 진영은 ‘반테러 조례’ 적용 추진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홍콩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홍콩 정부는 유엔이 규정한 테러 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시위 활동에 대해 ‘테러’라는 오명을 씌운 후 홍콩을 중국 본토와 같은 감시와 통제, 언론 자유 탄압의 도시로 만들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단순한 시위 참여자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탄압하면 오히려 반감과 분노를 불러와 이들이 테러 활동에 동조하도록 만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주 6명의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도 홍콩 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반테러 조례의 테러 활동 규정은 너무 광범위하고 애매모호하다”며 “이를 악용해 반대 진영을 탄압하고 시위를 막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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