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중국이 경기악화 속에서도 국방예산을 대폭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1일부터 열리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올해 국방예산 규모를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중국 군부가 미국과의 충돌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지난해 국방예산 증가율 7.5%보다 훨씬 높은 9% 수준의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5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2015년까지 10%를 웃돌았지만 중국 패권주의에 대한 서방의 비판으로 2016년 이후 7~8%대를 유지해왔다.
중국군 소식통은 “군 지도부는 (전인대 직전인) 지금까지도 최대 9% 증액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다만 세계 경기와 중국 내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전인대는 전년 대비 7.5% 증가한 1조1,898억위안(약 204조원)의 국방예산을 발표했다. 이는 2018년보다 0.6%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반면 올해 중국 군부는 무역전쟁·기술전쟁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최근 남중국해와 대만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군사충돌 위험이 커지는 만큼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청년실업 해결 등을 위한 ‘모병확대’에 국방예산 증가가 필요하다는 이유도 제시됐다. 올해 대학 졸업자가 870만명이나 나와 취업난이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자 중국 정부는 전방위적 실업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양회 때 발표될 고강도 경기부양책을 앞두고 이날 사실상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전달과 같은 3.85%로 동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양회에서는 대규모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보다 인프라 투자 등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부양 프로그램이 가동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지난해 2.8%였던 재정적자율을 3.5%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해 특별국채 1조위안 발행,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4조위안 발행 등의 조치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KOTRA 베이징무역관 관계자는 올해 양회와 관련해 “부양책으로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과 함께 미국의 압박에 대응해 경제산업의 자주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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