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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일자리상실 따른 보험" VS "젊은세대에 빚 떠넘기는 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全국민 기본소득제 도입

'최소한 생활' 국가 보장 불구

저소득층 소외 '역설' 불러

수백조 재원 마련도 쉽지 않아

기존 복지체계 구조조정도 관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2020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확장적인 재정운용을 주문하고 있다./연합뉴스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전 국민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불붙고 있다. 180여개 의석을 거머쥔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입법 준비에 나섰다. 미래통합당도 일부 의원을 중심으로 기본소득 도입 의제 선점에 뛰어들었다. 통합당 ‘김종인 비대위’가 던지는 첫 경제 아젠다가 기본소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기본소득 도입 주장은 그간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지만, 지금껏 ‘비주류’ ‘변방’ 취급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계기로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기본소득 도입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봤다.

우선 기본소득의 핵심은 보편성과 정기성이다. 자산이나 근로 여부를 따지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주기적으로 현금을 주는 개념이다.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국가가 마땅히 나서 소득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렇다면 기본소득 취지대로 취약계층은 정말 수혜를 볼 수 있을까. 지갑에 직접 돈을 채워주기 때문에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해 펴낸 ‘기본소득 모의실험’ 논문에서 “빈곤대책의 하나인 기본소득은 역설적이지만 그 보편성 때문에 현행 복지제도의 집중적 혜택을 누리던 저소득층을 패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소득은 기본소득 도입 시 되레 감소했다. 저소득층을 집중 지원하는 기존 복지 체계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으로 대체되면서 생기는 역설이다.

반면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복지체계가 성숙한 선진국에서야 기본소득이 오히려 저소득층에 불리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변하는 고용 환경을 맞았다는 점도 기본소득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다. 꼭 저소득계층을 위한 복지정책이 아니라는 취지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일자리를 잃더라도 소득이 있어야 소비가 되고, 이는 결국 경제 선순환과도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기본소득을 반드시 저소득층을 위한다는 차원으로 다가갈 필요는 없다”면서 “저성장 시대에 정부지출로 경기를 선순환시키려는 성장 정책”이라고 말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더 큰 쟁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모든 가구에 일회성으로 지급하는 데만 약 12조원이 들었다. 어림잡아도 기본소득 도입에 수백 조원의 돈이 필요하다. 결국 국민들로부터 돈을 더 거둬야 한다. 하지만 재원 마련 논의는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서 가려져 있다. 최근 통합당 내부적으로는 공공자산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 하에서는 결국 젊은 세대가 재정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기본소득 도입에는 마땅히 증세 논의가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 년 간 촘촘하게 쌓아 온 기존 복지체계를 어떻게 손볼지도 쟁점이다. 이는 재원 문제, 기본소득의 수준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근로장려세제(EITC)와 각종 수당 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기본소득을 얹는 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각종 공제를 통한 지원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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