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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결백' 배종옥 "젊은 배우들 차 안에만…그래서 연기 멈춰있어"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카리스마 넘치고 매사에 똑 부러질 것 같은 이미지의 배우 배종옥이 영화 ‘결백’을 통해 치매에 걸린 시골 촌부의 얼굴로 관객들을 만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촬영, 3시간의 노인 특수 분장을 하는 등 35년차 배우도 이 과정은 쉽지 않았다. 촬영 현장이 아직도 부담스럽다는 배종옥은 그런 부담감까지도 즐길 줄 아는 천상배우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고 되고 싶다”는 그는 연기에 대한 갈증을 스스럼없이 풀어놓았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배종옥은 영화 일정과 관련해 “홍보가 정말 쉽지 않다. 계속되는 일정이 피곤하다”면서도 ‘결백’의 언론시사회 반응이 좋았다며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영화가 잘되든 못되든 빨리 개봉을 하고 사람들로부터 평가를 받으면 그런가보다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은 못하고 홍보는 이어가야 하니까 조금 힘들었어요. 저만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예전에는 하지 못했던 경험이잖아요. 나만의 힘듦은 아니다 생각하고 위안을 하죠.”

‘결백’은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아빠의 장례식장에서 벌어진 막걸리 농약 살인사건에서 기억을 잃은 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엄마의 결백을 밝히려는 변호사 정인(신혜선)이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을 담은 추적극으로 배종옥은 엄마 채화자를 연기했다.

“솔직히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어요. 몇 년 전에 시골에서 냉장고에 든 막걸리를 마시고 어른들이 돌아가신 사건이 있었잖아요. ‘정말 독특한 일이 다 있다’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 시나리오 모티브가 그 사건이더라고요. 책을 열면서 닫을 때까지 쉬지 않고 다 읽었어요. 노역이 부담스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어차피 이 역할 저 역할 다 하니까 하게 됐어요.”

/사진=(주)키다리이엔티


어느 여배우에게도 노역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매 촬영마다 3시간의 특수 분장을 해야 했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신들, 엄마의 모성애와 남편의 죽음 등 감정적으로 표현해야 할 장면들은 베테랑 연기자 배종옥에게도 숙제로 다가왔다.

“분장을 많이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도 정신이 오락가락 하기도 하고 과거 모습도 촬영해야 하고, 한 장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정이 바뀌니까 매 장면마다 어떤 감정이었는지 기억하는 게 힘들었어요. 대본을 볼 땐 이렇게 하면 되겠지 했는데 막상 촬영할 땐 정말 힘들더라고요. 또 감정의 기복이 엄청 큰 캐릭터잖아요. 정말 수시로 모니터를 보면서 체크했어요. 내가 생각했던 감정이 아닐 때도 많았죠. 모니터링을 계속 하면서 뭐가 부족한지 알게 되고 다시 연기하고 했어요.”

1985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35년차 배우 배종옥은 자신의 연기 노하우를 전하기도 했다. 촬영 현장에 미리 가서 일상 생활을 해보는 등 공간이 주는 느낌을 연기로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일부 배우들이 촬영 중 현장에는 나와있지 않고 차량에서만 다음 촬영순서를 기다리는 것에 대해 쓴 소리를 하기도 했다.



“촬영 현장의 세트장이 있잖아요. 제 방에 가서 잠도 자고, 커피도 마시고 대본도 외우는 편이에요. 그 공간에서 일상을 풀어가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고 살아있는 감정들을 느끼죠. 그런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차 안에만 있고, 조연출이 촬영한다고 말하면 그때 나와서 연기를 해요. 자기가 연기를 해야 하는 공간에서 공간이 주는 연기의 느낌이 있는데, 그걸 왜 알려고 하지 않을까 의문이에요. 매니저들의 말에 따르면 ‘자존심 싸움’이래요. 별걸 가지고 자존심을 논해요. 그래서 연기가 그대로 멈춰있는 거예요.”

배종옥의 연기 열정이 드러나는 일례로 ‘결백’에서 딸로 나오는 신혜선에게 미리 노역 분장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사전 연기가 중요하다는 배종옥은 신혜선과도 자연스럽게 거리를 뒀다.

“모녀 관계로 나오지만 서로 호흡을 맞추는 장면들은 많지 않았어요. 그래도 신혜선이란 배우가 요즘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고 그 안에서 잘 소화하고 있는 배우라 생각해서 기대가 됐죠. 사전 연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처음에는 분장한 것도 못 보게 했어요. 접견실에서 모녀가 몇 십 년 만에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노역 분장한 걸 미리 본 것과 실제로 처음 보는 것은 느낌이 아예 다르잖아요. 그런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보안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어요. 신혜선이 엄마 분장이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보러오려고 했는데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요.(웃음) 신혜선도 접견실에서 처음 엄마를 보는 순간 감정이 움직이는 걸 느꼈다고 말하더라고요.”

/사진=(주)키다리이엔티


배우들도 선망하는 배우 배종옥은 40대 시절에 본인의 연기를 배우고 싶어하는 현직 배우들의 의뢰도 받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당시에는 본인의 연기가 더 중요했기 때문에 그러한 제안들을 거절했지만, 지금의 배종옥은 그런 후배들의 도와줄 수 있는 연기학원까지 개원했다. 연기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또 다른 영역이다. 가르치는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점들도 많다는 그에게 있어 연기란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할 이야기는 아니예요. 그래도 연기하고 있을 때 제일 살아있는 것 같아요. 사실 천재성이 있는 배우들이 부러워요. 저는 공부하면서 만들어가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천재성 있는 배우들은 자신에게 맞는 역할이 오면 빛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땐 그들처럼 고독한 사람이 없죠. 제가 크게 빛나는 시간은 없었지만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에 재미를 느꼈고 꾸준히 작업을 해가고 있어요.”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배종옥은 “요즘 제가 코미디에 빠져 있다”며 웃었다.

“슬랩스틱 코미디 말고 재미있는 묘미를 살린 코미디를 하고 싶어요. 20대 30대 때는 진지함에 빠졌었어요. 고민하면서 ‘깊이 있는 배우가 될거야’라며 웃긴 게 가볍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무거운 역할보다는 가벼우면서 가벼운 게 전부가 아닌 진중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요즘 시트콤이 없어서 아쉬워요.(웃음)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잖아요. 기다림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상당히 힘든 직업이에요. 가끔 생각해보면 지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대단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앞으로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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