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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경제] 경제부총리도 차관도 흘리는 ‘逆성장 가능성’…그들은 뭘 봤나

올해 0.1% 성장 전망하면서도 "역성장 배제 어려워"

안일환 2차관도 "역성장 우려 제기" 언급

내수·서비스 위기→제조 위기 전이...위기감↑

"3분기 이후 V자 반등 아니면 순성장 어려워"





정부가 48년 만에 3차 추가경정예산안까지 편성하며 올해 플러스(+) 경제성장률 사수에 나섰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지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 뒷걸음질쳤습니다. 2분기에는 “-2% 초반까지 생각”(홍남기 경제부총리) 할 정도로 경기 여건이 1분기보다 더 나쁘다면서도 정부는 올해 0.1%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웬일일까요. 올해 0.1% 성장 목표를 제시해놓고서는 동시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흘리는 메시지가 홍남기 부총리뿐 아니라 기획재정부 차관 입에서 연달아 나왔습니다. 이들은 무엇을 봤길래 “올해 0.1% 성장”을 전망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역(逆)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일까요.



“여러 경제지표의 흐름을 봤을 때 올해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이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1일 홍 부총리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대뜸 역성장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그간 경기 인식이 안이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그가 역성장 가능성을, 그것도 역대급 부양 정책을 발표한 자리에서 언급한 것이어서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보통 같았으면 “정책적 의지를 담았다”며 0.1% 성장률 달성 의지를 한껏 내비쳤을 텐데 말이죠.

홍 부총리뿐만이 아닙니다.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은 지난 2일 비상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경제 역성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분기(1~2분기) 정도 마이너스 성장 후 반등이 지금으로선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썼습니다. 그가 말하는 ‘최선의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3분기부터 소위 ‘V자 반등’이 나타나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도 각오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는 이른바 ‘나이키형 반등’도 플러스 성장률 사수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죠.





그렇다면 기재부 장·차관 3명이 약속이라도 한 듯 역성장 가능성을 얘기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선 정부가 0.1%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최근 전개되는 글로벌 코로나19 사태 추이가 심상치 않다는 인식이 깔려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외부 활동이 올스톱되면서 우리 내수가 치명상을 입었지만, 이후에는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위기로 넘어가는 양상입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수출은 1년 전보다 23.7% 급감했습니다. 4월에는 무려 25.1% 줄었죠.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경제봉쇄(락다운) 조치로 수요가 위축되다 보니 우리 제조업이 속수무책 타격을 입는 겁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내수는 돈을 푸는 식으로 정책 대응이 가능하다지만, 상대국 수요가 줄어 우리 수출이 무너지는 것은 사실 대책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용범(왼쪽) 기획재정부 1차관과 안일환 2차관/사진제공=기재부


정부가 저점을 찍을 것으로 생각하는 2분기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을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올해 역성장을 배제하지 않는 이유로 보입니다. 홍 부총리가 2분기에 -2% 초반 수준까지 내려앉을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긴 했지만 이 역시 낙관적 전망에 가깝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3일 올해 1분기 국민소득(잠정)을 발표하면서 “수출이 4~5월 연속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고, 수출과 제조업은 기존보다 악화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위축된 소비심리를 일정 부분 회복시키겠지만, 대외 상황이 워낙 안 좋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일 겁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보건 위기’ 상황 속에서 경기 예측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게 됐습니다.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가 언제 다시 급속 확산할 지 알 수 없습니다다. 경제활동 재개를 전제로 한 정부의 내수·소비 진작 대책이 자칫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셈입니다. 김 차관이 “퇴원이 멀지 않았다는 설레임과 진통제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통증이 도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교차한다”고 쓴 것도 이런 이유 아닐까요.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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