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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일관계 '시시포스 신화' 돼선 안 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양국 대립땐 韓 역시 피해 커

'강제징용 문희상案' 논의하고

대화채널 고위급으로 전환을





한일관계는 ‘시시포스(Sisyphus)의 신화’에 비유된다. 시시포스가 산으로 바위를 올리지만 다시 굴러 내려오는 것처럼 한일관계도 신뢰를 쌓았다가도 다시 허물어지는 것이 반복돼왔다. 카뮈는 시시포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바위를 밀어 올리는 모습을 찬양했지만 최근 한일관계에서는 서로 신뢰를 쌓으려는 대화조차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은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합의했다.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해제하지 않는 것에 대한 대항 조치로 잠정 중단했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아베 정부는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일본제철(신일철주금)에 공시송달을 한 것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예고하고 있다. 양국 정부는 ‘상대방이 볼을 가지고 있다’고 하면서 양국관계 악화의 책임을 상대방에 전가하기 바쁘다. 이전 같으면 대화라도 하는 모습를 보였겠지만 이제는 상대방의 잘못을 꼬집는 것에 혈안이 돼 있다. 이는 정부가 한일관계를 관리할 수 없다는 무력감의 반증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외교 실패에서 정부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실질적 대화를 통한 한일관계의 관리 노력이야말로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다.

한일관계를 이대로 방치하면 경제와 안보에도 악영향을 미쳐 우리 부담이 늘어날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집행이 진행되면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대립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수출규제 해제에 집착하면서 강제징용 문제는 손을 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수출규제를 강제징용 문제의 대항 카드로 이용하려는 일본의 속셈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미국을 불편하게 하는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수출규제의 대항 카드로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미국의 압박으로 한일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대일 카드로서 지소미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일관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우선 한일관계 갈등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각에서는 한일이 대립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일본이라는 인식이 있다. 한일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면 일본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도 어려워질 수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서 한일이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국익의 관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지난 국회에서 논의됐던 문희상 안을 국회에서 신중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국장급 협의를 실질적 고위급 대화 채널로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국장급 협의는 진행되었지만 결국 양국의 주장이 대립해 대화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장급 협의는 외교적 교섭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일관계에 대한 목표(한일관계 관리냐, 상대방 굴복이냐)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국장급 협의가 해법을 제시하기도 어렵다. 정말로 한일관계를 관리하고자 한다면 청와대와 아베 관저가 솔직한 대화를 해야 한다. 책임 있는 당국이 나서야 할 시기다.

셋째, 문재인 정부가 주장하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지금의 소통은 단지 ‘접촉’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과 소통할 때 한일 양국의 해법도 마련될 수 있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일 정상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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