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IT 기업들이 기존 금융사와 손잡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를 이용해 개발한 금융 서비스인 ‘테크핀(기술+금융)’이 통장이라는 전통적인 금융상품 형태로 출시되고 있다. 신기술을 접목하면 금융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테크핀 통장’을 시작으로 IT와 금융업종간의 콜라보가 확산될 전망이다.
8일 네이버의 금융 전문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은 미래에셋대우와 합작해 네이버페이 적립과 예치금 수익이라는 ‘더블 혜택’을 무기로 내세운 ‘네이버통장’을 전격 출시했다. 네이버통장은 모바일 앱(어플리케이션)에서 가입 가능한 비대면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통장으로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 월 결제금액과 연동해 100만원까지 연 3%의 수익률이 적용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100만원 초과 1,000만원 이하 금액은 1%, 1,000만원 초과 금액은 0.35% 수익률이 적용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네이버 생태계 내 ‘페이-통장-멤버십’으로 결제를 일원화하면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율 외에 네이버통장으로 페이 포인트를 충전하고, 네이버 쇼핑·웹툰 등 서비스에서 결제하면 최대 3%까지 포인트가 적립된다. 여기에 지난 1일 론칭한 유료 회원제 멤버십 ‘네이버플러스’ 혜택이 더해지면 최대 9%의 포인트 적립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누적 가입자 수 3,000만 이용자를 돌파한 간편결제 카카오(035720)페이와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하반기 보험·대출 등 테크핀 상품을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인 네이버는 ‘씬 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 부족자)’를 중심으로 상품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은 그동안 금융 이력이 부족해 사각지대에 머물러야 했던 사회 초년생, 소상공인, 전업주부 등 금융 소외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페이를 기반으로 네이버보다 앞서 보험·증권업에 뛰어들었다.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설립한 카카오페이증권은 페이 결제시 발생하는 거스름돈, 리워드를 펀드 투자와 연결시켜 2달여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확보했다. 카카오페이를 대주주로 하는 손해보험사를 연내 설립해 손해보험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SK텔레콤(017670)은 하나은행과 합작해 세운 자회사 ‘핀크(Finnq)’를 통해 금융서비스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KDB산업은행과 협업해 오는 15일 출시하는 ‘티(T)이득통장’은 이통사가 선보이는 최초의 자유입출금 상품이다. 최대 연 2% 금리(기본금리 1%+우대금리 1%)를 복리로 제공한다. 한 달에 200만원의 예치금을 유지하면 달마다 3,333원의 이자 혜택을 매달 받을 수 있다.
SKT와 핀크, KDB산업은행의 ‘합종연횡’은 고객유치 효과라는 공동목표 아래 가능했다. 고금리를 위해서 고객은 핀크에 가입한 뒤, SK텔레콤 이동통신 회선을 유지하고 KDB산업은행 마케팅 정보 활용에 동의해야 한다. 이동통신 사용과 통장 이용을 하나로 묶어 고객을 확보하고, 묶어놓을 수 있는 셈이다.
SK텔레콤은 핀크를 통해 ‘탈(脫)통신’ 속도를 높이고 금융과 같은 신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명진 SK텔레콤 MNO마케팅그룹장은 “앞으로도 SK텔레콤은 금융뿐 아니라 고객 생활영역 전반에서 다양한 제휴혜택을 제공해 통신 서비스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오지현·김성태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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