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 텔레마케팅(TM) 채널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리며 손보 업계 TM 강자인 DB손해보험은 물론 TM 개척자인 라이나생명의 아성까지 무너뜨렸던 메리츠화재(000060)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TM 설계사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한때 20억~30억원대까지 증가했던 보장성 월 신계약 규모도 최근에는 10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지난 4년간 공격적인 외형확장 일변도였던 메리츠화재가 수익성 중심의 판매전략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용범(사진)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경기침체로 불완전판매 및 역선택을 유발하는 계약이 늘어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는 만큼 매출 증대보다는 손해율 통제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지난해 말부터 보험료 인상과 언더라이팅(인수 심사)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며 “저효율조직 정비와 손해율 높은 상품 교체 차원에서 TM 조직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TM 설계사 가동인원(판매 실적 1건 이상)은 지난해 말 기준 3,860명에서 지난달 말 1,931명으로 5개월 만에 절반가량 줄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TM 채널 인력을 네 배 이상 키우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설계사 수가 줄면서 매출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TM채널의 장기 인보험 월 신계약 규모는 올 들어 24억6,000만원에서 9억5,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말에는 5개 대형 손보사 중 TM 채널 점유율 42.6%로 압도적인 1위였지만 지난달에는 24.2%로 주저앉으며 DB손해보험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앞서 메리츠화재는 장기 인보험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TM 채널 강화에 공을 들였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를 잡기 위해서는 전속 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은 물론 상위 손보사들이 소홀히 하는 TM 채널까지 영업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부터 TM 채널의 손해율과 불완전판매비율 등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됐다. 특히 갑작스럽게 늘어난 신계약으로 사업비와 장기 위험손해율이 고공 행진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메리츠화재는 판매비 감축과 심사기준 강화 등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나섰지만 3월 말 기준 손해율과 사업비율은 각각 79.6%, 29.3%로 전년 동기에 비해 여전히 높고 업계 평균을 감안해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지난 3년간 초고속 성장하면서 TM 업계의 강자로 섰고 손·생보 통합 1위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저능률 설계사를 고능률 설계사로 교체하고 비용을 효율화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며 “채널 포트폴리오 조정과 함께 인공지능(AI) 기반의 업무지원 시스템 투자, 마케팅 고도화를 통해 채널 효율성을 개선해 올해 TM 부문에서 지난해보다 10억원 신장한 23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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