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중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마치 세계 경제를 감염시킨 듯, 증시가 새파랗게 질려갔다. 패닉 셀과 로스컷으로 주가는 급전직하했고, 심지어 국채와 금과 같은 안전자산마저 내동댕이쳐지며 금융시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투자자들이 끝 모를 공포에 숨죽을 때, 강방천(사진) 에셋플러스자산운용회장은 “지금이 투자 적기이며 인내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10여 년 만에 온 위기 속에서 강 회장만큼 강건한 목소리를 낸 이는 없었다. 이후 주가는 반전 드라마를 쓰듯, V자 반등을 했다. 그 사이 개인 투자자들은 역대급 매수세로 증시에서 버텼고, 지켰다. 이제 ‘동학개미’들이 승리의 V를 그려도 될까. 강 회장은 “10년 만의 공포의 장세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팔기 바쁜데, 용기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가 쌀 때 시장에 들어왔다. 칭찬한다”며 “그러나 용기에 대한 대가로 지난 3개월 수익을 얻었지만, 시장의 반등이 어느 정도 이뤄진 이제부터는 투자하기 쉽지 않은 장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개월간 개인들의 투자행렬, 어떻게 보시나.
“성공 투자의 제1법칙은 좋은 기업을 싸게 사고, 길게, 분산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항상 시장이 비쌀 때 주식과 펀드에 투자를 해서 상처를 받았다. 주식과 펀드가 신뢰를 잃은 이유 중 하나가 인기 있을 때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권하는 운용사와 판매사, 이때 들어온 고객들의 잘못된 선택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개인투자자들의 반전이 일어났다. 쌀 때에 산 것이다. 급락장에서 “개인들이 사면 바닥이 아니”라는 한심한 소리를 보기 좋게 뒤집었다. 살 때 사서 손해 본 사람이 없다. 이번 급락장에 용기 내어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을 무한히 응원했고, 칭찬한다.
△기관 투자자들은 오히려 매도를 많이 했다.
“오히려 기관 투자자들이 알 수 없는 시장에서 저점만 예측하면서 팔기만 했다. 이들의 손절매가 하락을, 하락이 손절매를 부르면서 지수 1,500이 무너졌다.”
△향후 개인 투자자들의 증시 유입이 이어질까.
“올해 상반기 증시 상황은 ‘극적인 반전이자 역사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드디어 한국에서 ‘필패 자산’으로 여겨졌던 주식과 펀드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는 단초가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은 불패, 주식은 필패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자산시장의 왜곡이 일어났다. 가계 자산 수십억 있어도 전부 부동산이다. 그러나 올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의 성공 투자의 경험이 시각의 균형을 잡아줄 것이라고 본다. 이제 주식과 펀드는 ‘머스트해브 아이템’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주식투자는 더 중요해졌다. 기성 세대는 고금리, 부동산 상승 등 시장이 자기 돈을 알아서 관리해줬으나 언제까지 부동산만으로 투자가 가능하겠는가.
△추가 증시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존재한다. 장이 언제든지 빠질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조정이 얼마나 큰 폭으로 나타날지는 누구도 모른다. 2200까지 왔지만 실적 개선은 안됐다. 유동성이 시장을 밀어 올린 감이 있다. 변동성이 얼마나 큰 크기로 나타날지 모른다.
지수는 쉴 때가 됐다. 그러나 예금, 부동산 등 다른 시장이 주는 기대 이익에서 비교 우위다. 증시에서 나가봤자 할 게 없다. 지수가 큰 조정은 없을 것이다.
△개인들이 앞으로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고민이 늘고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좋은 기업과 함께 해야 하고 분산투자 해야 한다. 절대 ‘몰빵’하면 안된다. 시장을 예측하는 일은 무의미한 일이다. 변동성을 견디는 대가가 수익이다. 변동성을 견디려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 몇 곳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
그동안은 시장이 끌어올린 시세였다. 그래서 용기 있는 자들이 많이 먹 었던 장이라면 지금부터는 공부하면서 원칙적인 자세로 있는 투자해야 하는 변별력이 필요한 시기다.”
△우선주, 레버리지 등 과열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3개월간은 용기 있는 자들이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은 시기다. 그러나 지금 주식을 시작한 사람들은 주식을 넘무 쉬게 알고, ‘나는 훌륭한 투자자’라는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3개월 간 수익률이 상승을 장기적인 자산관리 능력으로 ‘자기화’하기는 힘들다. 3개월 멋진 경험, 운 좋은 경험을 자칫 자신의 능력으로 착각해서 미래의 잘못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과 펀드 투자는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용기의 대가는 충분했다. 앞으로는 학습과 원칙의 대가를 기대해야 하는 장이다. ”
△그러나 주식형 펀드에서는 자금이 대거 빠져나갔다.
“좋은 시기에 증시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두 번째, 세번째 단추를 잘 끼우기 위해서는 원칙에 학습을 통한 투자문화가 필요하다. 본인이 일을 하면서 전업처럼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일 수 있다. 직접투자가 과도해지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 ‘직접투자가 최고구나’라는 유혹을 줄이고 펀드로 자금을 유입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5년 이상 공모펀드에 장기 투자하는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등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재난기금으로 돈을 뿌리는 것보다 개인들이 자산을 형성하게끔 하는 게 장기적으로 국가의 부담도 줄어든다.
△투자자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할 것은.
“만기가 있는 돈으로 투자하지 않는 원칙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세상의 위대한 기업과 함께 하라.”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