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업계가 2019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분석한 결과 감사 첫해인 올해 국내 169개 기업 중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4개로,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엔론 등의 대형 분식회계 사건으로 지난 2004년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감사를 도입한 미국에서 비적정 기업의 비율이 15.9%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주목할 만한 성적이다.
하지만 국내 회계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의 감사 환경이 미국에 비해 느슨해 비적정 의견을 받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초기부터 원화 기준으로 1,000억원 수준의 기업까지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감사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2조원으로 전체 기업 중 일부만 적용됐다”며 “금융당국 역시 현재는 계도 중심으로 감독하고 있어 비적정 비율이 낮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도입 초기부터 연결 회계를 기준으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시행했으나 한국은 별도를 기준으로 해 대상 기업의 규모 차이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상현 삼정회계법인 전무가 발표한 ‘2019년 감사결과 분석 및 시사점’을 보면 한국의 내부통제 미비점 지적 사항은 미국보다 재무제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 내용이 많다. 특히 자료제출 지연 등에 따른 범위 제한이 다수를 차지했고 감사 과정에서 재무제표를 수정하거나 자금통제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등 대부분 재무제표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정보기술(IT)통제 미흡, 회계인력 및 전문성 부족, 업무 분장 미흡 등 재무제표 이외의 요소가 비적정 사유로 지목된 사례가 많았다. 한 전무는 “감사제도 도입이 확장되면 IT통제·업무분담 미비점 등이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느슨한 인식도 앞으로 제도가 강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리스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삼일회계법인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경영진은 가급적 전담조직을 구성하지 않는 것을 선호하며 IT시스템에 투자하는 데도 소극적이다. 하지만 미국은 전체 기업 중 내부 감사부서 또는 별도의 내부통제를 전담하는 부서가 존재하는 경우가 전체의 80%에 달했다. 재무보고라인에서 독립된 내부 감사부서 또는 별도의 부서가 해당 업무를 전담해 효과를 높이는 셈이다.
국내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와 관련해 당분간 계도 중심의 감독을 해줄 것을 지속해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가 국내에 상장된 경우 금융감독원과 미국의 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공조해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점검할 수 있기 때문에 느슨한 감독 기조를 언제까지나 이어갈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국내의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의 자회사를 감리하거나 해외에 상장된 기업을 감리할 때는 PCAOB와 금감원이 공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PCAOB의 감독 기조가 일부 반영될 수 있다”며 “PCAOB는 개별 업무 위주로 감리하고 한국은 재무제표를 위주로 감리하지만 향후 금융감독원이 PCAOB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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