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투자한 온라인 의류 판매 플랫폼 W컨셉이 해외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역직구(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 판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선 K-패션 바람도 거세게 일고 있는 만큼 해외 판로를 직접 확보해 기업 가치를 더 키우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풀이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최근 복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을 통해 해외 투자자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주식의 매각 비율이나 신주 발행 등의 구체적인 조건이 아직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알리바바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거느린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통해 해외 판로를 직접 개척하겠다는 게 IMM PE의 복안이다.
W컨셉은 국내 10번째 유니콘에 오른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의류 판매 플랫폼이다. 대량 생산된 기성 의류를 판매하는 기존 쇼핑몰과 달리 디자이너가 직접 브랜드 론칭부터 제작까지 한 뒤 소비자에게 이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한다. 거느린 브랜드만 6,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2017년 아이에스이커머스로부터 지분 80%를 612억원에 사왔다. 아이에스이커머스는 해외직구 열풍을 일으켰던 쇼핑몰 위즈위드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IMM PE 인수 이후 W컨셉의 성장세는 눈부셨다. 2016년 16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17년 294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526억원까지 덩치를 키웠다. 3년새 매출이 3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의류 플랫폼 업계 1위이자 기업가치 18억9,000만달러(한화 약2조3,000억원)로 국내 10번째 유니콘 자리에 오른 무신사의 매출액(2,197억원)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거래액(GMV)도 2,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다.
IMM PE가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성장세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W컨셉의 경우 이미 미국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이 134억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체 매출액 대비 25.4%에 달한다. 더욱이 최근 국내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역직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쇼핑몰의 해외 직접 판매액은 5조9,995억원으로 전년 대비 65.4% 증가했다. IMM PE가 W컨셉을 인수했던 2017년(2조9,509억원)과 비교해도 2배 늘어난 수준이다. 한류를 등에 업은 K-패션 바람도 거세지는 추세다.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의 지난해 역직구 금액은 5,646억원에 달한다. 전체에서 83%의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을 제외하면 거래 규모가 가장 크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도 W컨셉의 해외 시장 진출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그간 역직구의 주요 통로는 인터넷 면세점이었다. 면세점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역직구 거래 규모는 7,796억원으로 쪼그라든다. 비중으로 따지면 12.9%에 불과하다. 바꿔말하면 코로나19로 해외 여행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만큼 자연스레 면세점이 아닌 일반 쇼핑몰이 해외 소비자의 주요 구매 채널로 올라설 수 있는 셈이다.
해외 투자자 유치에 성공할 경우 IMM PE는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알리바바나 아마존 등과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를 투자자로 유치할 경우 거래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IMM PE는 ‘숍인숍(Shop in Shop)’ 형태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IMM PE가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조직확대 등 성장을 위한 비용 지출로 지난해 영업손실을 기록한 만큼 당장 매각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IMM PE 관계자는 “투자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았고 아직 더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매각이 아니라 새 파트너를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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