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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경찰관] “실종사건은 시간이 생명…내 가족인양 실종자 찾아야죠”

■박남선 서울 서부서 여성청소년과 경위

팀내 유일 실종수사 전담…매달 수십건 처리

"실종자 찾았을 때의 보람과 안도 못 잊어"

"가족같은 마음으로 수사...정성 필요한 일"

박남선 서울 서부경찰서 여청과 경위가 진술녹화실에서 무전기와 핸드폰을 곁에 두고 실종 수사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김태영기자






실종수사는 다른 범죄수사와 달리 가해자와 피해자가 따로 나뉘지 않는다. 납치에 의한 실종사건이 아닌 이상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과 그 사람이 애타게 찾아 헤매는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특히 실종사건은 무엇보다 초동수사가 중요하다. 실종 초기 단서를 놓치면 다시는 실종자를 영영 찾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현장의 경찰관들은 실종사건이 접수되면 ‘내 가족이 사라졌다’는 마음으로 수사에 임한다.

26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만난 박남선 서부서 여성청소년과 수사관(경위)은 범인 대신 실종자를 쫓는 일에 대해 “그 어떤 수사보다 진심과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3년부터 5년간 학교전담경찰관(SPO)으로 은평구 일대 학교들을 누볐던 그는 2018년부터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실종사건 등을 수사하고 있다. 적잖은 시간 동안 여성과 아동 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천착했던 박 경위가 실종수사를 전담하게 된 것은 올해부터다. 그는 “범죄는 1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신고가 들어오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사건을 예단하는 건 금물. 실종수사 담당 경찰들이 가장 많이 하는 얘기다. 박 경위 역시 늘 마음 속에 새기고 있는 금언이다. 실종자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발생한 사건도 그랬다. 그날 신고된 A씨는 불과 이틀 전에도 실종신고가 들어와 박 경위가 찾아내 가족에게 인계한 사람이었다. A씨는 평소에도 가족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바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한 박 경위는 재빨리 A씨의 행적이 담긴 폐쇄회로(CC)TV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밤 수풀을 헤치고 산으로 올라가는 A씨의 모습을 발견했다. 박 경위는 먼저 A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마지막 발견 위치를 알리고 112타격대와 산악 수색에 나섰다. 그렇게 수색을 시작하려던 찰나 안타깝게도 A씨의 아들에게서 아버지의 극단적 선택을 알리는 전화가 왔다. 이날 사건에 대해 박 경위는 “실종자를 찾기까지 가족들은 잠도 이루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며 “가족 같은 마음으로 간절히 실종자를 찾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면 늘 마음이 아프다”고 회상했다.



박남선 서울 서부경찰서 여청과 경위가 수사 관련 기록을 살펴보고 있다./김태영기자


반대로 실종자를 무사히 찾을 때면 보람과 안도감이 동시에 몰려온다. 박 경위는 “최근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치매 환자들은 본인이 길을 잃었다고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주의 깊게 수사해야 하는데 그날은 아주 운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실종자를 찾던 중 다른 신고가 들어와 경찰서로 복귀하던 찰나 실종자 가족이 건네준 인상착의와 똑같은 모습의 할머니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박 경위는 “당장 가족에게 연락을 해 집에 모셔다 드렸는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실종수사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놓고 촉각을 다투는 일이지만 정작 경찰 조직 내에서는 한직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상당수 실종사건이 실종자가 실수로 전화를 못 받는 등의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와중에 불미스러운 결과가 발생할 시 이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등 부담이 많아 대개 1년씩만 근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경위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된 일반 사건은 절차를 갖춰 정해진 기간에 수사를 해나가지만 실종 수사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적은 인력으로 사라진 사람을 찾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고 설명했다. 그래도 “‘내 가족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버틴다”는 박 경위는 “수사관이 진심을 다해 실종자를 찾았는지는 수사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박 경위가 앞으로 정성을 쏟고 싶은 또 다른 곳은 학교 현장이다. 그가 지난 5년간 SPO로 근무하며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학생들만 4,000명이 넘는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 “형사님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다”며 감사 인사를 하는 친구들을 볼 때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박 경위는 “현장에서 나로 인해 변화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SPO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아이들에 대한 갈증을 다시 느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관심을 갖고 끌어주면 개선할 수 있는 아이들이 많다”며 “실종하면 ‘서부서 박남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역량을 갖춘 후 우리 아이들을 다시 챙겨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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