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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人] "마켓컬리 성공 이유 있다…글로벌 스탠다드가 흥행 보증수표"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

컬리 창업 초기부터 '조력자'로 성장 도와

"스타트업 성공 핵심은 기술 아냐

뒤에는 실리콘밸리식 금융인 VC 있어"





지난 5월 마켓컬리는 2,000억원 규모 투자 유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다섯 번의 투자 유치전에서 누적 금액만 4,200억원, 창업 5년만에 매출 4,290억원, 그리고 회원수 390만명. 실적만큼이나 투자자의 면면도 화려했다. 특히 러시아 벤처캐피탈(VC)인 디지털스카이테크놀로지(DST)글로벌이 주요(lead)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DST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루폰 등의 투자자로 유명한 유리 밀너가 운영하는 VC로, 실리콘밸리에선 ‘투자의 보증수표’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마켓컬리는 DST가 투자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실리콘밸리를 주무르는 VC의 선택을 받은 비결은 뭘까. 28일 서울경제신문 시그널이 만난 박희덕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세마트랜스링크는 마켓컬리의 지분 6.1%를 보유한 초기 투자자다.

박 대표는 “우리가 마켓컬리에 제공한 것은 시리즈C에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가 들어올 수 있도록 세계 무대에서 통용되는 표준에 맞는 구조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달러 기반으로 조성된 해외 대형 VC에서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것은 (다른 글로벌 VC에게도 통용되는) 일종의 자격증을 받은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갖추기만 해도 더 큰 성장을 일구기 수월하다는 게 그의 설명. 세쿼이아캐피탈은 세계 정상급의 규모와 실적을 자랑하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VC다. 시리즈C에서 시작해 이번 시리즈E에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계약서다. 박 대표는 시리즈C 투자 유치 당시인 2018년 3월 각 투자자마다 달리 작성됐던 계약서를 하나로 통합했다. 이해관계가 일치되지 않는 해외 VC에게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대형 VC가 없는 국내 환경 상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지 못할 경우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긴 쉽지 않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와 함께 17개 투자사를 돌면서 설득을 시작했고,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여 결국 성공했다. 이후 마켓컬리는 지난해 시리즈D와 올해 시리즈E까지 모두 손쉽게 투자금을 확보했다.



마켓컬리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조력자’인 VC의 바람직한 협력 모델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마켓컬리의 핵심 가치는 해외 비즈니스 모델을 카피한 게 아니라 국내 워킹맘의 문제에 천착했고, 이를 풀어줬다는 것”이라며 “실리콘밸리 기반 VC의 투자철학은 투자자가 주인 행세를 하는 밸류업(value-up)이 아닌 상호주의에 입각한 밸류애드(value-add)인데, 그 핵심 가치를 상품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마켓컬리의 역할이었고 우리는 거기에 얹어 줄 만한 것을 찾아줬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가 되고 있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리즈C 이후엔 한국 자본을 통한 투자 유치가 어려운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CVC의 필요성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기업은 상호주의가 핵심인 VC의 투자 철학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국내 1세대 VC인 KTB 근무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를 경험했고, 이후 KT와 CJ그룹에서 벤처투자를 총괄했다. 현재 그가 이끌고 있는 세마트랜스링크는 한국(27개)과 미국(19개)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운용자산(AUM)은 1,500억원 가량이다.

그는 또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은 기술(tech)이 아니라고 단언했다. 이를 상품화까지 구현해내기 위한 VC의 조력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박 대표는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자신을 전문화하지말라(Unspecialize yourself)’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흔히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성공을 보고 기술을 떠올리지만 그 뒤에는 성장을 돕는 실리콘밸리식 금융인 VC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도약의 갈림길에 선 우리나라 VC에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조언했다. 그는 “국내 VC 업계도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자금의 지원을 바탕으로 하드웨어는 이미 갖췄다”며 “글로벌 스탠다드를 국내 스타트업에 이식하는 소프트웨어만 갖추면 실리콘밸리에 못지 않은 성장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고 있는 국내 유니콘의 투자자본 국적 문제에는 날을 세웠다. 그는 “VC는 누가 출자했느냐가 중요한 거지 사무소가 어디에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달러 기준으로 펀드를 조성한 세쿼이아캐피탈차이나나 힐하우스캐피탈의 국적을 중국이냐 한국이냐로 어떻게 나누겠냐”고 말했다. /김기정·김상훈기자 about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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