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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소수자 차별 안돼…종교가 앞장서 포용을”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스님

지난 29일 지몽스님이 서울 종로구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사무실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서가 아니라 상호 의존하고 보완하면서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성 소수자도 차별 없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회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이 발의된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지몽스님은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촉구하고 나서는 이유를 연기론(緣起論)을 통해 설명했다. 연기란 남을 ‘나’라는 존재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불교의 핵심교리다. 스님은 “성 소수자들의 성 정체성은 자신의 의지로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종교가 앞장서 사회적 편견과 혐오 속에 놓인 성 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 이전에 도로에 무지개색 카펫을 깔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추진되면서 성 소수자 문제를 둘러싸고 종교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불교계는 종교계에서 유일하게 법 제정에 찬성하는 단일화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스님은 “조계종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주요 행사 중 하나인 아기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관불의식에도 성 소수자를 초대하고 있다”며 “불교 계율서인 율장(律藏)에는 성 소수자가 부처님의 제자로 등장한다. 부처님은 요즘 말로 ‘커밍아웃’을 한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고 비구니 스님과 함께 수행하도록 했다. 성(姓)으로 여성·남성을 구분하기 이전에 그를 한 인간으로 보고 그보다 더 이전에 한 존재로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마련한 부스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지몽스님은 불교계 내에서도 성 소수자 차별 반대의 선봉에 서 있다. 지난해 퀴어축제에서 성 소수자들에게 오색실로 만든 팔찌를 선물하는가 하면 성 소수자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불교에서는 불상이나 불화에 눈을 그려넣는 점안식 때 불자들에게 오색실을 잘라 나눠준다. 지니면 행운이 따르고 병마를 물리치며 장수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스님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과 닮은 불교의 오색실이 연결고리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몽스님(오른쪽)이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축제에 참여해 참가자들에게 연꽃부채를 나눠주고 있다.


지몽스님은 성 소수자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스님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잠재적 인원까지 합치면 국내 성 소수자는 수십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주변에 한두 명씩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고 고통받고 있는 셈”이라며 “부처님이 신분, 계급, 성 정체성에 따른 어떤 차별도 없이 모든 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였듯이 우리도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서 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한국 사회에서 유독 차별이 심각한 이유를 교육 시스템에서 찾았다. “우리 사회에 유독 차별이 존재하는 것은 어릴 적 경쟁부터 배우기 때문일 것”이라며 “독일의 시민교육인 ‘보이텔스바흐 협약’처럼 차별금지법이 평등과 인권의 지표가 된다면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인정할 수 있는 폭넓은 사고를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지난 18일 국회 앞에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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