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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의 뒤안길]불복장

불상안에 직물 등 담아 봉인...'불교판 타임캡슐'

보물 제1779호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의 복장유물인 후령통. /사진제공=문화재청




불상은 불교 교리의 상징적 존재를 형상화한 것이다. 종교적 대상을 형상화하는 것은 여러 종교의 공통적 현상으로 이상적 존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한다. 부처의 모습을 빚어놓는다 해서 바로 신앙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사람 손으로 만든 조각품에 신성성과 생명력을 불어넣는 절차가 필요하다. 상징적 요소를 가진 물품을 불상의 몸속에 넣는 불복장, 눈에 점을 찍는 점안을 통해 비로소 불상은 부처님이 될 수 있다.

불교가 시작된 인도에서는 탑이나 불상에 사리를 넣어 신앙 대상으로 삼았으나 중국에서는 중국 고유 사상과 의술에 영향을 받아 사리 대신 인간의 오장육부(五臟六腑)를 모방함으로써 생명력을 부여했다. 이것을 ‘불복장’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중국의 영향을 받아 고려 후기부터 불복장이 나타났다. 조선 초에는 불복장 의식과 불상에 바치는 물품목록을 정리한 ‘조상경(造像經)’이 간행되면서 우리만의 독특한 불복장 문화가 정립됐다.



불복장은 주로 오방과 오불·오장을 뜻하는 다섯 가지 물품목록들로 구성돼 있다. 이 중 불상의 심장에 해당하는 후령통은 다섯 가지 보물병과 오곡·오약·오향 등의 물목을 넣어 오색실로 감은 구멍 뚫린 통이다. 후령통 주변은 기원자의 바람을 담은 발원문과 다양한 천이나 옷가지, 불경 같은 책이나 종이 등으로 채워져 있다. 이 불복장은 불상 속에서 밀봉돼 있어 보존상태가 좋다. 불복장 속 발원문을 통해 불상의 제작 시기와 참여자를 알 수 있다. 새롭게 발견되는 책이나 직물 등은 중요한 사료가 되는데 훈민정음 혜례본 상주본이 대표적이다. 오향의 효능을 분석해 문화재 보존 약품이 개발되기도 했다. 불복장은 불상의 신성성을 구현하는 종교적 장치이자 다양한 정보를 간직한 타임캡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창운 국립문화재연구소 미술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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