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해외칼럼] 트럼프 끝장인가

프랭크 브루니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최근 두달간 트럼프 지지율 급락

지지세력·反 바이든 정서 약하고

최루탄 사건·볼턴 책 등 악재겹쳐

2016년 대선과 다른 결과 나올듯

프랭크 브루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선임자 6명 중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은 단 두명뿐이다. 트럼프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그들의 재선 실패담은 그에게 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집권 1기 마지막 해의 5월 초부터 6월 말 사이 지미 카터와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금 트럼프의 처지도 다를 바 없다. 갤럽에 따르면 5월 초부터 6월 말 사이에 40% 아래로 떨어진 카터와 부시의 낮은 지지도는 11월 선거까지 반등하지 않았다. 집권 4년 차 여름의 초입에 이미 그들의 정치적 운명이 결정된 셈이다.

초여름은 트럼프에게도 잔인한 계절이었다. 지난 6월 초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5월 초까지만 해도 49%에 달했던 그의 지지율이 불과 한 달 만에 39%로 주저앉았다. 카터와 부시의 선례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트럼프는 이미 끝났다. 다른 잣대를 들이대도 결론은 같다. 경제전문지인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트럼프가 재선에 승리할 확률은 단 10%에 불과하다.

열세 만회를 위한 트럼프의 대응방식은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르는 분신과 흡사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불붙인 문화 전쟁을 통해 역사적 기념물의 파괴자들에게 족쇄를 채우는 데 그치지 않고 백인 인종주의자들의 기념물을 만들었다. 플로리다의 실버타운에서 골프 카트에 걸터앉아 화이트 파워를 외치는 남성 백인우월주의자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저택 앞에서 권총을 꼬나든 채 평화롭게 행진하는 흑인 시위자들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른 백인 여성은 그가 창조한 살아 있는 인종주의 조형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럼프가 자신이 빠진 구덩이를 더욱 깊게 파고 있다”고 지적했다. ‘흔들리는 표심을 털어내는 방식으로 기반 지지층의 결속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의 골수 지지층이 그에게 재선을 안겨줄 만큼 많지 않다는 점이다.

그가 처한 상황은 민주당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피터 부티지지와 앤드루 쿠오모의 선거참모로 활약했던 리스 스미스는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은 이제 더 이상 트럼프를 찍지 않을 것”이라며 “그는 골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광신자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소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선은 여러 면에서 2016년 선거와 판이하다. 지난 대선을 올해 선거에 참고할 수 없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4년 전보다 훨씬 힘겨운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2016년의 경우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수 그중에서도 펜실베이니아·미시간과 위스콘신 등 선거의 향배를 가를 주요 경합 주의 유권자들은 선거일 직전의 마지막 주에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들은 거의 모두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다.

이는 당시 유권자들 가운데 다수가 트럼프에 대해 확정된 견해를 갖고 있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유권자들이 트럼프에 대한 확실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는 상상을 불허하는 기이한 행동거지로 선임자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2016년 대선에서 막판에 지지후보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쏠린 것은 클린턴에 대한 그들의 반감이 어느 정도였는지 일러준다. 그러나 그에 비견할 만한 반 바이든 정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트럼프에게는 대선의 역학 구도를 바꿀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거의 없다.

트럼프에게 불리한 돌출사건도 여러 건 발생했다. 6월 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루탄 사건이었다. 홍보 사진 촬영에 나선 트럼프가 백악관 바로 옆의 라파예트 광장을 가로질러 가도록 길을 터주기 위해 경찰과 주 방위군 및 비밀경호 요원들이 평화롭게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에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해 강제로 해산시킨 사건이다. 이어 6월 중반에는 존 볼턴의 책이 악재로 등장했고 6월 말에는 러시아가 아프간에 배치된 미군 병사들의 목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정보 보고를 받고도 트럼프가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거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뉴욕타임스의 특종기사가 등장했다.

무능과 부패로 물든 트럼프 행정부이기에 경악할 만한 일은 앞으로도 계속 터져 나올 것이다. 4년 전 민주당은 부화도 하기 전에 미리 병아리의 수부터 세는 실수를 저질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무릇 사악한 행동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