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 전 청쿵그룹(CK허치슨홀딩스) 회장이 미중 갈등으로 시험대에 서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 편을 들든 간에 사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카싱이 설립한 CK허치슨홀딩스는 항만·인프라·에너지·통신 등을 핵심 사업으로 하는 회사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업종 비중이 높아 미중 갈등과 같은 정치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큰 타격을 받는 구조다. 실제 CK허치슨홀딩스는 지난 5월 이스라엘 정부가 발주한 15억달러 규모의 담수화 프로젝트 입찰에서 현지 기업에 밀려 떨어졌기도 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 인프라 프로젝트에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CK허치슨홀딩스가 담수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을 콕 찍어 언급하면서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중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 갈수록 확대되고 있던 양국 간의 경제 교류가 폼페이오 장관의 한 마디에 위축된 것이다. 앞서 CK허치슨홀딩스는 지난 2018년에도 정치적 이슈에 발목이 잡힌 바 있다. CK허치슨홀딩스가 추진하던 호주 가스 파이프 라인 인수가 국가 안보 관련 문제로 무산된 것이다. 중국 정부의 홍콩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면서 홍콩 최대 기업인 CK허치슨홀딩스의 사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와의 관계가 원만한 것도 아니다. 리카싱은 중국 본토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홍콩으로 넘어왔는데 중국 공산당과는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리카싱은 중국이 경제 개방을 하고 홍콩의 지원이 필요한 시기 시진핑 이전 중국 지도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지만 지난 2013년 시진핑이 권력을 잡은 이후 본토와의 관계가 약화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또 블룸버그는 중국 관영 언론을 인용해 “리카싱이 덩샤오핑이나 후진타오와는 사적으로도 교류를 가졌지만 시진핑과도 사적인 교류를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전했다. 아울러 리카싱은 지난 2015년 케이맨 제도에 CK허치슨과 CK에셋홀딩스를 설립한 후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 매체들로부터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리카싱이 홍콩보안법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중국 정부에 대한 리카싱의 충성심은 여전히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국과 서방 양쪽 모두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리카싱에 대해 블룸버그는 “리카싱이 중국과 서방 국가 양쪽 모두에서 친구를 잃고 있으며, 양쪽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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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싱이 처한 상황은 남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도 미중 갈등으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경우 화웨이를 비롯해 중국 업체들이 최대 고객이지만 미국에서 중국의 정보기술(IT) 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앞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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