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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얼음도 발명품? 얼음이 바꿔온 입맛의 역사 [영상]

[위고:왓더푸드] 얼음은 삶을 어떻게 바꿔왔나

'권력의 상징'에서 인류 최대 '발명품'으로

'냉동 기술' 덕분에 다양한 음식 즐기게 돼

편의점에선 '컵얼음' 연간 3억개씩 소비

겨울이 아닌 여름의 상징 '얼음'에 대한 탐구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얼음이지만 옛날 옛적엔 궁궐 왕족들이나 쓰던 매우 귀한 재료였다. 얼음은 그 자체로 권력을 뜻했다. 얼음을 가지려는 욕망은 마침내 냉장고를 발명해냈다. 우리 입맛은 차츰 얼음에 길들여져 갔다.

얼음은 더 이상, 겨울이 아닌 여름의 상징이 되었다.

part1. 얼음은 최고의 발명품


얼음은 인간이 만들어낸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다. 얼음이 없다면 신선한 참치, 다양한 과일도 먹지 못했다. 가정에 냉장고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100년 전 일이다.

수천 년간 인류는 겨울철 꽁꽁 언 얼음을 ‘빙고’에 저장해 여름에 꺼내 쓰곤 했다. 얼음은 그 자체로 권력의 상징이었다. 조선 시대엔 백성들이 얼음을 캐고 왕들은 얼음을 소비했다. 여름까지 얼음이 남아나지 않으면 관리가 처벌을 받기도 했다.

귀한 걸 보면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 인간은 어떻게 하면 귀한 얼음을 쉽게 쓸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강이 오염되고 전염병까지 돌았다. 보다 깨끗한 얼음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컬런은 기화 원리를 응용해 최초의 인공 얼음을 만들어냈다.


영국 런던에 사는 68세의 제이콥 퍼킨스는 얼음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압축기를 만들어 1834년에 특허를 받았다.


영국의 과학자 윌리엄 컬런이 드디어 그 어려운 일을 해낸다. 땀이 마르면서 피부의 열을 빼앗아 가는 기화 원리를 응용해 인류 최초의 얼음을 발명하게 된 것이다. 1748년의 일이다. 얼음을 만드는 제빙기가 등장한 건 그보다 백 년쯤 더 지난 1834년의 일이었다.

part2. 얼음이 바꾼 우리 입맛


얼음의 탄생은 우리의 입맛이 차츰 변화하는 계기였다. 그전에는 어땠을까. 음식을 장시간 보관하는 방법은 소금으로 절이거나 건조하거나 굽거나 살균 처리해 통조림으로 만드는 게 전부였다. 모두 신선한 식재료의 맛을 손상시키는 행위였다.

미국 웹툰 작가 라이언 노스는 ‘모든 것을 발명하는 방법’(2018)라는 책에서 식품 보존 기술이 발명되기 전 식생활에 대해 이렇게 썼다.

“식품 보존 기술이 발명되기 전에는 음식이 아주 빨리 상했기 때문에 인간은 흉년과 풍년의 불안정한 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먹을거리가 꾸준히 공급되지 않으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기아에 허덕였다.(중략) (보존 식품이 등장한 이래) 음식을 여유 있게 비축해두면 가뭄, 역병, 흉년이 와도 일상의 사소한 불편 정도로만 느껴졌다.”

살균 처리를 통해 음식을 장시간 보관할 수 있게 만든 통조림


그런가 하면,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모 칼럼에서 음식의 맛을 결정하는 얼음의 기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모든 얼음이 똑같지 않다. 대여 가능한 정수기나 냉장고의 제빙기, 그것도 없다면 냉장고에 딸려 나오는 얼음틀 등. (중략) 모든 얼음에는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첫 번째는 식재료의 빠른 온도 낮추기이다. (중략) 손에 집히는 얼음을 식재료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낮추는 데 쓴다면, 단단해서 잘 녹지 않는 얼음은 직접 먹는 경우 음료에 쓰면 좋다.”

금성사가 1965년에 출시한 국내 최초의 냉장고


국내 얼음의 역사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가 1965년 ‘눈표 냉장고’를 출시한 것이 그 시작이다. 처음엔 얼음을 얼리는 기능도 없었지만 가격은 꽤 비쌌다. 서울 합정동 어귀에서 만난 할아버지는 “친구들 중 한 집 정도만 냉장고가 있었고 대부분 동네 얼음가게에서 10원어치씩 사 먹곤 했다, 그 당시엔 시원한 물을 마시는 것도 드문 일이었다”고 말했다.

1980년까지 37.8%에 불과했던 우리나라가 빠르게 경제 성장을 하면서, 90년대 냉장고 보급률은 100% 가까이 늘어난다. 그때부터 얼음의 가내수공업이 가능해진다. 네모난 얼음틀 많이들 써봤을 거다. 이걸로 집에서 냉커피도 만들어 먹고 팥빙수도 만들어 먹곤 했다.



part3. 얼음은 사랑을 싣고


기후변화로 날씨가 뜨거워지니 얼음 소비량도 급증하기 시작한다. 이례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6년에는 얼음을 못 구해 ‘얼음 대란’까지 있었다고 한다. 얼음 공장들은 바쁘게 돌아갔고 대기업까지 얼음 생산에 가세했다. ‘풀*원’이 대표적인데, 현재 식용얼음 시장의 45% 가량을 꽉 잡고 있다.

취재 도중 만난 경기도 부천의 얼음공장 사장님은 생각보다 얼음 쓰임새가 꽤 많다고 설명해주었다.

“수산업뿐만이 아니고 도계장에서도 얼음을 많이 써요. 닭 출고할 때 얼음을 채워서 나가죠. 잘 모르시겠지만 화학공장 같은 데도 필요해요. 염료 같은 거 혼합할 때 발열이 많이 생겨서 그걸 식히는 냉각 용도로요.”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얼음 공장에서 직원이 갓 만들어진 얼음을 냉동 창고로 옮기고 있다. / 사진=이혜진 인턴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얼음 가게의 창고 안 모습. 바닥부터 천장까지 닿은 수많은 얼음은 인근 카페로 수없이 보내진다. / 사진=김한빛 인턴기자


게다가 온갖 종류의 음료가 늘어났다. 카페들도 많이 생겼다. 식음료 시장이 확대되니 또 얼음 인기가 한껏 치고 올라왔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문화 트렌드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내 편의점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도 바로 얼음이다. 1년 내내 생수보다 많이 팔리는 게 바로 ‘컵 얼음’이다. 국내 주요 편의점에선 작년 한 해에만 컵 얼음이 3억 개가량 팔렸다. e편의점은 올해 국내 최초의 얼음컵 정기 구독 서비스도 내놨고 G편의점은 ‘빅 사이즈’ 얼음을 내놓았으며, c편의점은 과일 얼음도 등장시켰다. 얼음 살판 났다.

/영상 그래픽=김세림 인턴디자이너


여기서 잠깐. 카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든 얼음이 비위생적이라는 뉴스가 해마다 등장하곤 했다. 작년에도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카페들이 거론됐다. 카페에서 준 얼음, 정말 먹으면 안 될까? (자세한 결과는 영상 속에서 확인바란다.)

part4. 얼음의 또 다른 발견


우리 곁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또 즐겨 먹게 된 얼음은 과학적으로도 연구 대상이다. 얼음 생산 공장에서는 조금 더 천천히 녹기 위한 얼음을 계속 연구 중이다. 얼음이 빨리 녹아 물로 바뀌면 음식이나 음료의 맛이 변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우주 탐사에서도 얼음은 중요한 존재다. 달에서도 얼음의 존재가 확인됐다는 소식이 지난 2018년 전해지기도 했다. 미항공우주국인 나사(NASA)는 오는 2023년 달에 얼음 탐사용 로버를 보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우주국(ESA) 역시 독자적인 달 탐사 로버를 개발 중이다.



한편, 우리 주변에 얼음을 계속 입에 물고 사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얼죽아’가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계속 얼음을 찾다 보면 심지어 불안 증세까지 보인다고 하는데, 이건 바로 ‘얼음섭취증’이라 불리는 냉식증(Pagophagia)이다. 철분 결핍 증상이라는 의학계의 설명이다. 우리 주변에 얼음을 물고 사는 친구가 있다면 꼭 알려주길 바란다.

오늘은 얼음에 대해 알아봤다. 앞으로도 ‘위고:왓더푸드’ 제작팀은 음식을 둘러싼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궁금한 음식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 달라. 그럼 다음 시간에 계속.

/글·영상=강신우 기자, 권준구 인턴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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