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누구를 위한 부동산 대책인가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7·10대책 핵심은 '다주택자 세금 중과'

집 사지도 보유하지도 팔지도 말란 얘기

단순 세금 조정으로 해결될 문제 아냐

무주택 실소유자 주거안정에 초점 두길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한 7·10 대책에 대해 발표 직후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1번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지만 결과는 예외 없이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책을 내놓았을 때마다 서울 아파트값은 조정 후 반등했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 양도소득세 강화,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규제 강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등을 골자로 하는 2017년 8·2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잠시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효과는 석 달도 가지 못했다. 그해 연말부터 2018년 9·13 대책이 나올 때까지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28.1% 급등했다. 2017년 5월부터 2020년 6월까지 38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52.7% 급등해 지난달에는 9억2,582만원에 달했다. 이런 추세면 몇 달 내로 노무현 정부 당시 상승률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21번의 대책은 21번의 실패를 가져왔다. 그로 인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될 정도로 서민들과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졌다.

22번째로 발표된 7·10 대책은 다를까. 이번 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주택자·단기거래 부동산 세제 강화, 임대아파트 등록 임대사업자제도 개편, 서민 실수요자 부담 경감, 실수요자 주택공급 확대 등이다. 그러나 핵심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중과’다.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이 두 배 오른 1.2~6.0%로 조정되고, 다주택 보유 법인에는 최고세율인 6%가 부과된다.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인 단기 매매일 경우 양도세율은 현행 40%에서 70%로 상향 조정되고, 취득세도 최고 12%까지 부과된다.

서울지역 다주택 52만가구가 타깃이다. 주택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 걸쳐 세금을 대폭 인상함으로써 집을 사지도, 보유하지도, 팔지도 말라는 것이다. 조만간 다주택자들이 부동산 세금 회피 목적으로 주택 매각이 아닌 증여로 돌아설 것에 대비해 ‘증여 취득세율’을 지금보다 세 배 정도 대폭 올리는 것을 포함한 23번째 대책이 발표될 것 같다. 그러면 부동산시장은 거래가 완전히 막힌 채 더욱 왜곡될 것이다. 지난해 12·16 대책을 통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똘똘한 한 채’ 쏠림현상을 심화시켰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 부여는 갭투자와 매물 잠김을 불러와 가격폭등을 초래했다. 재건축 실거주 요건 강화 역시 ‘전셋값 폭등’을 불러올 개연성이 크다.



이번 대책도 정부의 의도대로 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지금 직면하고 있는 부동산 광풍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참여정부 당시의 실패한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장을 거역하는 수요억제정책에 집착함으로써 정책 수혜자가 누가 돼야 하는지를 잊고 있는 것 같다. 말로는 서민들을 위한 집값 안정대책을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집값 상승을 투기세력 탓으로 돌리는 ‘편 가르기’를 하고 있다. ‘부동산 편 가르기’가 정치적으로는 유용할지 몰라도 경제적 왜곡을 심화시킴으로써 서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요자가 원하는 양질의 주택공급은 도외시한 상태에서 반시장적 규제 강화는 또다시 거래 실종, 집값 폭등을 야기할 수 있다. 두 배 이상 인상된 징벌적 세금을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집값이 오르지 말라는 보장이 있나. 전월세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임대차 3법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자 규제와 세금폭탄은 전세 대란을 초래해 세입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부동산정책은 단순히 세금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지 않다. 경기 전반에 선행지표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금리·유동성과 직결돼 있고 교육문제, 인구구조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정도로 종합적이다. 그만큼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대증적인 부동산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소수의 투기세력 때려잡기에 몰두하지 말고 다수의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주거 약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공포감을 심어주는 ‘시장을 이기겠다’는 오기는 버려야 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넘쳐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렌트 컨트롤(임대료 인상 제한)’이 도시를 가장 확실하게 망가뜨린다는 경제원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