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1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2차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일부 바이오 업체 등이 급등세를 보이자 ‘레버리지’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거두려는 수요가 쏠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전일보다 1,102억원 증가한 13조923원을 기록했다. 이 액수가 13조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신용거래융자는 7일부터 4일 연속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뜻한다.
신용거래융자는 반등장이 나타나던 4월부터 급등세를 보였다. 3월2일에만 해도 10조2,785억원 수준이던 신용거래융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코스피가 2,000대에서 1,400대까지 떨어지자 3월25일 6조4,000억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나 이후 6월에는 2,200선까지 다다르면서 신용거래융자 역시 6월 들어 11조~12조원대까지 증가했다. 지난달 29일에는 12조6,623억원을 나타내면서 2018년 6월30일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석 달 사이에 신용거래융자가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신용거래가 일부 바이오·정보기술(IT) 급등주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9일까지 잔액 순증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셀트리온(1,021억원), SK(942억원), 씨젠(547억원) 순이었다. 모두 바이오 관련 종목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그 기간 사이 주가가 22.9%나 올랐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꾸준히 오르는 주식보다는 변동성이 크거나 바이오나 IT 관련주처럼 ‘현재 잘 나가는’ 종목에서 신용거래융자 증가세가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며 “펀더멘털상 호재보다 테마 유행에 따라 급등한 주식에 레버리지를 끌어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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