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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사외칼럼
[백상논단] 트럼프의 백인민족주의 2.0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국제학

손병권 중앙대 교수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의 무자비한 체포 이후, 미국에서는 보수적 백인과 흑인 간의 인종갈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흑인에 대한 경찰의 과도한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나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는 구호에 동조하는 사람들을 ‘급진좌파’이라고 비난하면서 오히려 문제를 키우고 있다. 가을에 학교를 열지 않으면 정부지원을 끊는다고 위협하더니, 더 나아가 대학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학생들을 급진좌파 이념으로 세뇌하는 기관이라고 비난하면서 재정지원 감축을 협박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전략은 시종일관 간단하다. 백인 보수적 유권자를 똘똘 뭉치도록 해 이들을 투표장으로 빠짐없이 동원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백인을 결집할 수 있는 이슈 프레임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보수적 유권자들이 열정적으로 투표장에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전략은 일견 중원의 무당파 유권자를 설득해야 승리한다는 통념에서 보면 무모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는 유권자의 분포 속에서 이러한 전략은 성공 가능성이 있다. 그것이 성공한 게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였다.

2016년 대선에서 당시 트럼프 후보는 남미 불법이민자의 미국 국내유입 방지를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면서 블루칼라 백인의 갈채 속에 공화당 경선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후보는 남미 불법이민자 문제에 미온적인 공화당 엘리트에 불만을 품고 있던 백인 유권자의 정서를 정확히 읽고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공언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 전역의 캘리포니아화’를 우려하는 보수적 백인의 불안한 정서에 꿰뚫어본 트럼프의 백인민족주의 1.0이었다. 2016년 대선에서 이 프레임은 ‘대박’을 터뜨렸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남미에서 몰려오는 이주민 행렬이 국경을 넘어오면 무력사용도 서슴지 않겠다고 하는 등의 발언을 통해 보수적 백인의 지지를 결집해 나갔다. 법인세 감면 등을 통해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지지율이 반등하자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꽤 자주 나타났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등장해 경제가 극도로 악화되고 여기에 조지 플로이드 사태로 흑백 인종분규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그의 재선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진영 일각이 인종차별적 성향을 지닌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시작하자 트럼프는 이를 ‘급진좌파’로 몰아붙이는 일종의 ‘문화전쟁’을 시작했다. 그는 과거 노예제도를 용인했거나 흑인에 대한 차별을 방관했던 역사적 인물이나 저명인사에 대한 재평가 작업을 백인 선조들이 구축한 미국 문명과 역사적 유산에 대한 파괴라고 공격하면서 미국의 역사적 전통과 문화의 수호자로 자신의 위상을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2016년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 선거운동은 국내 히스패닉 인구의 빠른 증가에 따른 백인의 공포에 편승한 것이었다. 그리고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이 막 시작한 문화전쟁은 소위 ‘급진좌파’의 역사 재해석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백인의 정체성 상실감을 건드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백인 지지층을 결집할 새로운 전략으로 진보진영의 역사 재평가에 대한 문화전쟁을 개시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리’와 ‘그들’의 앙상한 갈라치기만 있을 뿐 국가통합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재앙으로 보는 미국인들이 공화당에서조차 조금씩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공화당 투표 블록이 내부적으로 균열하면서 이러한 백인민족주의 2.0의 효과도 분명 예전만 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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