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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의료쇼핑·병원은 과잉처방…건보지출 매년 8% 급증

[고갈시계 빨라지는 연금·사회보험]

<상> 5년만에 반토막난 건보 재정





#. 올해 칠순인 A씨는 동네 정형외과가 쉬는 일요일만 빼고 주 6일 물리치료를 받는다. 국내 외래진료 과다이용자 3명 중 2명은 물리치료 관련이었다. 이들은 통증 완화를 위한 습관적 마사지 정도로 생각하는데 회당 2,000원 안팎의 저렴한 본인부담금으로 병원 문턱이 낮아진 것도 과다이용을 부추긴 것으로 조사됐다.

#. 국내 요양기관의 처방당 약 품목 수는 지난 1999년 4.0개에서 2016년 3.6개로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1.97), 독일(1.98), 스위스(2.25)의 두 배에 달한다. 2019년 한국의 평균 입원일수는 18.5일, 컴퓨터단층촬영(CT) 건수는 1,000명당 204.3건이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7일, 148.4건의 두 배 안팎이다.

‘文케어’ 따른 보장성 강화 정책 속

급속한 고령화 겹쳐 재정지출 급증

매일 마사지 받듯 물리치료 예사

처방약·입원일수도 OECD 2배

보험료 인상·과잉진료 차단 어려워

1차 의료 강화·수입구조 개편 시급





19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립금은 지난 2018년 20조5,955억원에서 5년 후인 2023년 11조807억원으로 줄어든다. 5년 새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이 같은 건강보험의 재정 압박은 의료비 지출 증가 탓인데 최근 10년(2010~2019년)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연평균 8.0% 늘어 정부 총지출(4.4%)의 2배에 달했다.

이 같은 건보지출 확대의 근본원인은 환자 본인부담금을 낮춰주는 비급여→급여 전환의 보장성 강화와 급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다. 건강보험공단의 ‘2019년 건강보험 주요통계’를 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11.4% 증가하며 2년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고 고령화의 영향으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진료비 비중은 41.4%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40만9,536원으로 전체 국민 평균치보다 2.9배 많았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과 앞선 사례처럼 환자의 의료 쇼핑, 의료진의 과잉진료 등 국내 의료계의 고질적 병폐가 맞물려 재정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보장성 강화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도 또 다른 비급여 지출이 발생하는 ‘풍선효과’ 탓에 2009~2018년 본인부담 의료비가 연평균 10.7% 증가했다는 점은 국민들의 보장성 강화 체감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추가 건보 지출 증가의 출발점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연구용역 발주로 조세재정연구원이 작성한 ‘건강보험 장기재정전망 모형 검증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65년이면 재정 총지출이 올해의 11배에 해당하는 754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건강보험은 부과 방식이기 때문에 많이 쓴 만큼 많이 걷는다면 재정을 걱정할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올해만 보더라도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케어’를 계획대로 추진하려면 연평균 3.2%가량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속도 조절’을 외치고 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코로나19에 따른 비상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기적으로는 올해 6.67%인 건보료율이 현 추세대로 올랐을 때 2026년 전후로 법정 상한선인 8.0%에 도달한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상한선을 높이려면 국민건강보험법을 고쳐야 하는데 사실상 세금(준조세)과 마찬가지여서 인상 과정에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 있다. 더 길게는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징수 기반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

결국 특단의 지출 효율화와 수입구조 개편이 이뤄져야만 건강보험이 지속 가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주로 거론되는 지출 다이어트 수단으로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나타나는 과잉을 없애기 위해 진료비 심사를 깐깐히 하거나, 환자가 과도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경우 본인부담금을 늘리는 방안, 상급병원 쏠림을 막기 위한 지역 내 1차 의료기관 기능 강화 등이 거론된다. 또 약제비를 줄이기 위해 환자가 더 값싼 제네릭(복제약)이나 대체 조제안을 찾도록 제도적으로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언뜻 봐서는 간단해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보니 지난 20년간 좀처럼 해소하지 못한 난제들이다. 이 때문에 강력한 개혁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궁극적으로는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유아·청소년부터 생활습관 개선으로 만성질환 발병률을 줄이는 노력이 건강보험 재정을 아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노인 진료비 관리를 위해 주된 사고인 낙상 방지 차원의 주택개량사업과 지역 내 돌봄체계 구축도 대안으로 꼽힌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각종 건보 지출 절감 방안이 작동한다면 2027년 기준 지출예상액이 132조7,000억원에서 117조6,000억원까지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아울러 보험료율 상한선 상향 조정과 징수 대상 확대, 국고지원 강화 등 수입구조 개편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이 제주대 의대 교수는 “의료기관 간 무한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 같은 지역사회 1차 의료는 소멸됐다”며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의료체계 확립은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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