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한국에 위성을 주문해 발사했던 아랍에미리트(UAE)가 미국과 공동개발한 화성 탐사선인 ‘아말(Amal·아랍어로 희망)’을 20일 일본 발사체를 이용해 쏘아 올렸다. 탐사선이 건국 50주년(내년 12월)에 맞춰 내년 2월 화성 궤도에 무사히 도착하면 미국·소련(러시아)·유럽·인도에 이어 세계 5번째 화성 탐사국이 된다.
중국도 사상 처음으로 오는 23일께 화성 궤도선·착륙선·이동형 로봇을 갖춘 ‘톈원(天問)-1’호를 하이난섬에서 발사한다. 이동 로봇은 지하 100m까지 탐사할 수 있는 레이더 장비를 갖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오는 30일께 화성 탐사 이동형 로봇인 ‘퍼시비어런스(인내)’를 발사한다. 나사의 5번째 화성 탐사 로봇으로 톈원-1호 로봇보다 4배나 큰 퍼시비어런스는 1년간 화성 토양·먼지·암석 표본을 수집한다.
UAE의 화성 탐사선 ‘아말’은 20일 오전 6시 58분 일본 남서부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H2-A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보통 우주발사체가 없는 나라가 우주탐사선을 쏘아 올릴 때 유럽 아리안스페이스나 미국 스페이스X를 많이 이용하는 것에 비해 UAE는 유독 일본 발사체를 주로 이용해 일본과의 우주협력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아말은 무게 1,350㎏의 소형 탐사선으로 발사 후 4억9,350만km를 비행해 7개월 뒤 화성 궤도에 진입한다. 이후 55시간마다 화성 고도 2만~4만3,000km 상공을 687일(화성의 1년) 동안 돌며 대기를 관측한다.
UAE는 오랫동안 화성 우주선 참여 경험이 있는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캠퍼스 대기우주물리학연구소(LASP) 주도 아래 애리조나주립대,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와 협력해 아말을 제작했다. 아말은 고화질 카메라와 적외선 분광기로 하층 대기의 먼지·습기·오존을, 자외선 분광기로 상층 대기의 일산화탄소·수소·산소 농도를 각각 측정한다. 현재 화성 궤도를 도는 6대의 탐사선이 극지궤도 위주로 도는 것에 비해 아말은 경사궤도를 돌며 화성 전체를 살핀다. 이를 통해 화성 연간 기후도를 완성하기로 했으며 관측 자료도 공개할 예정이다. UAE의 옴란 샤라프 아말 프로젝트 총괄은 “인류가 시도한 화성 탐사 프로젝트의 약 50%가 실패했는데 건국 50주년인 젊은 국가로선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UAE는 에미리트고등과학기술연구소(EIAST)가 2009년 한국 위성 벤처기업 쎄트렉아이에 소형 과학위성(두바이샛1호)을 주문해 발사했다. 2013년에도 쎄트렉아이에 소형 과학위성(두바이샛2호)를 주문해 발사했다. 그러다가 2014년 국가혁신전략 7개년 계획을 세우며 우주개발에서 바로 화성 탐사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달 탐사를 거쳐 화성으로 가는 것과 달리 2021년 건국 50주년에 맞춰 화려한 이벤트를 택한 것이다. 2018년에는 쎄트렉아이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정찰위성 칼리파샛(MBRSC) 기술을 이전 받아 처음으로 인공위성 국산화를 시도했다. 당시 칼리파샛을 특수설비를 갖춘 항공에 실어 한국으로 실어 날라 최종 점검을 마친 뒤 일본 다네가시마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으로 쏘아 올렸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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