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백신 개발·제조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영국기업 아스트라제네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 협력의향서를 체결했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 대학교가 함께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은 백신 개발 과정의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입한 물질인데요, 만약 개발에 성공한다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바이오의약품의 위탁생산(CMO)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CMO는 신약을 상품화할 때, 공장과 생산 설비 및 생산 기술을 갖추고 제품화를 해주는 방식인데요, 국내에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규모 공장을 가지고 세계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마치 대만의 TSMC가 애플 등에서 보내준 설계도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방식과 비슷합니다.
신약 개발 과정에는 임상시험이 필수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특정 질환을 막거나 치료할 수 있는 물질인 항체를 찾아냅니다. 항체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이를 동물에 투여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전임상시험을 거친 뒤, 소규모의 건강한 사람에 투여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 소규모의 환자에 투여해 안전성과 약효를 확인하는 임상 2상, 대규모의 환자에 투여해 안전성과 약효를 검증하는 임상 3상을 거친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국의 규제기관에 품목허가 승인을 받습니다.
품목허가를 받는다고 의약품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약개발업체 중 자체 공장을 가진 회사도 많지만, 타미플루처럼 수요가 공급을 따라오지 못할 경우도 잦습니다. 이 같은 경우 공장을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에 자사의 의약품 생산을 의뢰하는데요, 이를 위탁생산이라고 합니다. 단백질로 이루어진 바이오의약품은 생산 과정에서 청결한 환경과 높은 기술수준이 필요한데요, 국내 업체들이 이 분야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평입니다.
사실 이 같은 바이오공장의 특징은 반도체공장과 공통점이 많습니다. 반도체 공장에서도 불순물이 들어가면 사업 전체를 그르칠 수 있는 만큼 청결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높은 수준의 기술력도 마찬가지고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과감하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공장을 지은 이유 중 하나도 바이오공장의 특성이 반도체공장의 특성과 유사하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의 생산 규모는 세계 1위입니다. 인천 송도에 각각 3만리터, 15만4,000리터, 18만리터 규모의 1·2·3공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초창기에는 업계에서 이 같은 증설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수요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의문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3공장의 경우 전체 사용 가능 용량의 20%도 돌리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상황이 반전됐습니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이 대부분 미국과 유럽에 집중돼 있는데요, 이들 국가가 코로나19의 피해를 직격으로 맞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공장 직원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공장의 일부나 전체를 올스톱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납품 기일을 맞춰야 하는 개발사로서는 난감할 노릇입니다. 이런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물량이 비교적 코로나19의 피해가 덜한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3공장은 어느새 가용용량을 다 채울만큼의 수주를 받았고, 4공장을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기로 한 L하우스는 한해 1억 5,000만명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습니다. 지난 2012년 개발했는데요, 내년 초까지 생산 계약 체결을 한 상황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생산하는 백신 일부를 국내에 우선 제공받을 수도 있습니다.
CMO 산업의 세계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낸 ‘세계 바이오의약품 산업 동향 및 전망’을 보면, 지난 2012년 586억 달러에서 올해 전세계적으로 1,087억달러(129조7,4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습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이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장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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