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의 최고 경영의사 결정을 하는 경영위원회의 처리 안건이 확 줄었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검찰 수사와 재판에 따른 사법리스크가 경영위원회의 활동 위축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필요에 따라 수시로 열리는 경영위원회는 주요 경영전략과 사업 재편,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합병(M&A) 등 삼성전자의 미래를 좌우할 주요 결정 사항을 의결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경영위원회는 사내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6번의 경영위원회를 열어 8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총 8회 열어 17건의 안건을 결정했다. 올해와 지난해 경영위원회에서 의결된 안건 수는 연간 20~30건에 달했던 2013~2018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2011년과 2012년에는 경영위원회 의결 안건이 40건을 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19년 이후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의 주요 투자 및 M&A 결정이 크게 위축됐다.
경영위원회의 처리 안건의 중요도도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대규모 시설투자와 해외 법인 설립, 공장 신축, 지분 투자,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등 전략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안건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기존에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투자를 이어가는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경영위원회의 위축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미중 갈등, 사법리스크 등 최악의 불확실성 속에서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가운데 전문경영인이 신사업 진출이나 M&A 등과 관련한 전략적 판단을 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기소되면 앞으로 또 5~10년간 재판을 받아야 해 경영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삼성의 경영이 사실상 올스톱되는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용·변수연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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