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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영록 전남지사 "'의대정원 설문' 全공무원 참여"... 여론전 된 권익위 조사

'의대 정원확대·공공의대' 설문에

남원시 등도 공문 내려 참여 독려

의료인들은 단톡방 통해 정보공유

"민의 왜곡...의미없는 설문" 지적

의협 "중단해야" 강력 항의 성명

김영록 전남지사가 배포한 권익위 설문 참여 독려 공문. /자료제공=독자 제보




의대 정원 확대 문제로 정부와 의사 집단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관련 설문조사에 김영록 전남도지사까지 공무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 단체들이 의료인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가운데 공공의대를 유치하려는 각 시군은 물론 도청까지 여론전에 가세하면서 권익위의 설문조사가 민의를 오히려 왜곡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관련기사> ▶"시장님 지시로 공무원 동원"... '의사 vs 지자체' 여론몰이전 된 권익위 설문

남원시가 지난 14일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며 직원들에게 내린 공문. /자료제공=독자 제보


19일 관가와 의료 업계에 따르면 권익위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설문조사에는 해당 사안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들이 주변인까지 동원해 대거 유입되고 있다. 특히 서울경제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 전남도지사는 지난 14일 ‘권익위 국민의견조사 참여 협조 요청’이라는 공문까지 각 시군·출연기관에 배포했다. 전남도는 이 공문에 “권익위의 설문 결과가 우리 도 핵심과제인 의과대학 설립 추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각 시군·출연기관에서는 ‘모든 직원’과 지인분들이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공문에는 김 지사의 직인도 찍혔다. 전남은 목포와 순천이 공공의대 유치전에 나선 상태다.

전남도청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의과대학 유치는 우리 도의 주요 이슈인 만큼 각 시군도 권익위 설문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공문을 발송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북 남원시가 권익위 설문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알린 홍보 게시글. /자료 제공=독자 제보


권익위의 설문에 집단대응에 나선 것은 전남도뿐만이 아니다. 전북 남원시청도 ‘시장님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으로 직원들에게 “필히 권익위 설문에 참여하고 그 결과를 19일까지 회신하라”는 공문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대상에는 남원시 공무원뿐 아니라 청원경찰까지 포함됐다. 전북 남원은 의대 정원 확대 시 2018년에 문을 닫은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개교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전남 목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목포시청은 “30여년간 우리 지역민의 숙원사업인 목포대 의대 유치가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며 내부망에 청와대 국민청원 인터넷 주소를 지인에게도 홍보하라는 글을 올렸다.

전남 목포시청이 내부망에서 의대 정원 관련 직원들에게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를 독려하는 내용의 게시글. /자료제공=독자 제보


지자체들이 공무원까지 동원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해당 설문 결과가 의사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9일 오후3시 현재 3만3,000명 이상 참여한 설문에서 의사 집단의 의견에 찬성하는 입장이 70~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만 ‘대국민 설문’일 뿐 사실상 이해관계 집단의 세 대결 양상이 된 셈이다.

설문조사 댓글에는 “공문으로 공무원들·가족들에게 설문조사 찬성하라고 강요하고 명단까지 돌리는 나라가 우리나라 맞느냐” “정부 주도 여론조작”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이런 설문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지인에게 링크를 받아 들어왔다”는 내용도 적잖게 눈에 띄었다.



남원시청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설문 초기 90%가 의사협회의 의견에 동조하는 상황에 상식적으로 국민의 뜻이 반영된 게 맞는지 의문을 가졌고, 시 입장에서도 신경을 안 쓸 수 없었다”며 “갈등을 조장하는 이 같은 설문은 의미도 없고 우리 입장에서도 억울하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했다는 한 20대 의사는 “의사협회가 설문조사를 독려하는 것과 시에서 공문을 보내는 것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느냐”며 “남원시 공문 얘기를 의사들 단체 채팅방에서 듣고 설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익위가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 게시한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주요 주장 비교. /자료제공=권익위


권익위는 12일부터 오는 25일까지 2주간 국민정책참여 플랫폼인 ‘국민생각함’에서 해당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해당 설문은 ‘귀하께서는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귀하께서는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사 수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귀하께서는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을 강행할 경우 파업이 불가피하다는 의사협회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등으로 구성됐다.

권익위는 6월29일 전현희 위원장 취임 이후 ‘현안 대응’을 이유로 국민생각함을 통해 각종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13일에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국민 의견을 이미 발표했고 이달 10일부터는 ‘대학등록금 반환’ 관련 설문조사도 벌이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연합뉴스


하지만 권익위의 설문조사는 민간 여론조사와 달리 표본 보정 등 통계적 작업을 전혀 거치지 않아 민의가 왜곡될 소지가 크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제기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고충 민원 처리와 행정제도 개선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권익위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권익위 설문조사 질문은) 의료계 단체행동의 이유를 피상적으로 단정했다”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의대 정원 관련 설문을 실시하면서 “우리 사회 발전과정에서 불가피한 갈등을 건설적으로 이끌어 갈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며 “국민권익위는 심각한 사회갈등이 예상되는 사안에서 국민 의견을 수렴해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갈등 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윤경환·박효정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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