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물러나는 아베, 日 혼돈속으로…'포스트 한일관계' 관전포인트는

지병 악화 이유 들었지만…코로나 대응·경제부진도 한몫

후임에 아소 부총리, 스가 관방장관, 이사바 간사장 등 거론

“새로운 정부...韓과 관계 조정, 美와는 예전만큼 안될수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공식 표명했다./연합뉴스




또 다시 건강이 악화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결국 8년 만에 총리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2년 12월 이후 7년 8개월간 이어진 아베 독주 정치 체제가 곧 막을 내릴 전망이다. 전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갑작스러운 총리 사임으로 일본 사회의 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에 갈등의 골이 깊은 한일관계에도 파장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달 상순에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 재발이 확인돼 새로운 투약을 시작했다”며 “총리직을 사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선출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1차 집권과 2차 집권을 합쳐 28일 현재 누적 재임일수 3,169일을 기록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가 됐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로 올 2·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환산 -27.8%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아베 총리는 ‘아베노믹스’를 앞세워 디플레이션 탈출을 시도했으나 코로나19로 올 2·4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연율 환산 -27.8%로 전후 최악을 기록했다. 아베 총리의 후임으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과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 고노 다로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국내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한일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하지만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에 대한 불신이 큰 아베 총리가 사임함으로써 한일 간 국면전환의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반면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후임 총리가 바꾸기는 어렵다”면서 “아베의 사임이 한일갈등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가·기시다· 이시바…'포스트 아베'는 누구
“역대 최장 기간 재임 총리.” “아베노믹스로 잃어버린 20년에서 벗어나려 한 총리.”

일본의 역대 최장수 총리라는 역사적인 기록을 남긴 아베 신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다. 지난 1980년대 버블경제 붕괴로 잃어버린 20년에서 탈피하겠다며 과감한 부양책을 추진해왔지만 이마저도 바이러스 때문에 물거품이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갑작스럽게 사임의 뜻을 밝히면서 일본 정치권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제 사회 관심은 ‘포스트 아베’가 누구일지에 쏠린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집권 자민당은 신속히 차기 총재 선거를 치러 새 총재를 선출하기로 했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일본에서 집권당 총재는 총리를 맡는다. 대중적인 지지 면에서 ‘포스트 아베’로 가장 앞선 후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시바는 차기 총리에 걸맞은 정치인으로 20%가 넘는 지지율을 얻는 등 포스트 아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시바가 자민당 내 다양한 파벌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이시바는 자민당 내 최대 계파인 호소다파 수장인 아베 총리와 2위 계파인 아소파 수장인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지율에서는 밀리지만 아베 총리가 후계자로 점찍은 것으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가 차기 총리 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자민당 총재는 의원들이 1표씩 행사하는 ‘국회의원표’ 50%와 전국 100만 당원들이 지역별로 투표하는 ‘당원표’ 50%를 합산해 선출되지만 총리가 중도에 퇴임하고 치르는 선거에서는 전국 당원들은 배제되고 국회의원 표로만 선출된다. 이 때문에 자민당 최대 파벌로 아베 총리가 속해 있는 ‘호소다파’ 등 주류 파벌에서 기시다를 총재로 선출할 수 있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오는 9월15일 첫 저서인 ‘기시다비전, 분단에서 협력으로’를 펴낼 예정이다.

최근에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간지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의 의중에 있는 사람은 스가 관방장관이라며 그가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인 내년 9월까지 ‘코로나 대응 잠정 정권’을 이끌 가능성을 전날 제기했다. 스가 관방장관의 갑작스러운 부상은 비상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랜 기간 아베 총리와 호흡을 맞춰온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비롯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정권 지속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자민당 내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TBS방송에 출연해 스가 관방장관이 포스트 아베 유력 후보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니카이 간사장은 리더로서 스가 관방장관의 자질을 묻자 “훌륭하다”며 “충분히 그 소임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라고 평가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기시다에 대해서는 “훌륭한 후보자 중 한 명”, 이시바에 대해서는 “신념을 통해 계속 활동하고 있다”고 각각 평가했다.

슈칸분슌은 아베 총리가 사임하면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하는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 규칙에 따르면 당 총재가 임기 중 사퇴하면 원칙적으로 참의원과 중의원, 당원이 참여하는 투표로 새로 총재를 선출하나 긴급 상황의 경우 당 대회를 열지 않고 양원 총회로 새 총재를 선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양회 총회만으로 새 총재를 선출하면 소수파의 수장인 이시바 전 간사장은 선출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아베 총리는 차기 총리가 결정될 때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당분간 일본 정치권 내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이번 사임 소식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아베 총리가 갑작스럽게 물러나겠다고 한 만큼 사회적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닛케이 225지수는 이날 아베 총리의 사임 의사 표명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장중 한때 2% 이상 급락했다.

"강제징용 해법없인 對韓 강경론 유지될 것”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역사수정주의’를 내세우며 한국과 사사건건 충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장기집권이 막을 내리면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서경 펠로와 일본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한일관계의 변화 가능성은 생기겠지만 한일갈등의 핵심 쟁점인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베 총리의 사임으로 양국관계가 당장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15일 아베 총리 사임 후 한일관계 전망에 대해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현 상황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일본 측에서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한국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실제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한국에 대한 강경론에 동조하는 보수 성향 인사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원묵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본 보수 정치권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제법적인 논리가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차기 정권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집권 자민당 내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 등 긴급상황이라는 점을 내세워 전당대회가 아닌 양원(참의원·중의원) 총회를 통해 새로운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의원 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은 다수당 총재가 중의원 투표로 결정되는 총리 역할도 맡는다. 당원이 빠진 양원 총회로 후임자를 선출할 경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보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또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이 차기 총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일본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국면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 본인이 장기집권하면서 경험으로 체득한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트라우마 등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신이 컸다”며 “반면 기시다나 이시바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적고 트라우마도 적어 새로운 마음으로 한국과 갈등을 조정해나가는 입장을 취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도 “역사수정주의 등 아베 총리의 개인적인 이념과 한국 내 아베 총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생각하면 한일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분명히 있다”며 “아베 총리의 후임도 이런 점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한일관계의 골든타임이 내년 봄 예정된 일제 강제징용 전범 기업에 대한 자산 현금화 작업까지인 만큼 우리 정부도 일본정부와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미일 삼각동맹, 새로운 계기 마련되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지금까지 삐걱거렸던 한미일 삼각동맹을 복원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일본이 무역보복을 주고받으며 감정싸움까지 벌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의 퇴진으로 양국이 자연스레 대화에 나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나온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를 보면 미국은 이 지역에서 한미일 3국 파트너십이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와 안보에 핵심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삼각동맹을 통해 중국과 북한·러시아를 견제한다는 게 미국의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한일 갈등으로 우리나라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통보를 하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대중 견제의 기본 틀이 흔들리게 됐다. 미국이 우리 정부에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퇴진은 대화 상대가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도 관계 개선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도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미국 입장에서는 강력한 친미파인 아베 총리가 갑자기 물러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7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돌연 탈퇴를 선언하며 일본산 자동차와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위협했을 때도 미일 무역협정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맞춰왔다. 일본의 대표 영자 일간지 재팬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집권한 후 아시아태평양 관계에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아베 총리가 이에 잘 대응해왔다”며 “미국에 관세를 대폭 낮추고 농축산물 시장을 개방하면서 퍼주기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양국 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데 힘썼다”고 평가했다.

실제 아베 총리의 미국 바라기에 ‘푸들 외교’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였지만 미국과의 관계만큼은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차기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그 정도는 달라질 수 있지만 아베 총리 때만큼 긴밀한 관계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BBC는 “원래 일본은 전통적으로 외교에서 미국을 우선시했지만 아베 정권 때는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전통적으로 미국과 두터운 우호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총리 이후에도 양국의 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제1파트너로 일본을 꼽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에서 중국의 군사팽창에 대해 경고하면서 중국에 함께 대적할 동맹으로 일본과 호주 등을 언급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대중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일본 역시 중국을 견제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에 양국의 밀월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기혁·박성규·김정욱·박우인·허세민·전희윤기자 뉴욕=김영필 특파원 coldmetal@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