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재확산 여파로 공연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3~4월 코로나 1차 확산 당시에는 철저한 방역을 전제로 공연을 이어갈 여지가 있었지만, 배우와 스태프·관객의 ‘N차 접촉’이 속출하는 이번에는 감염이 통제·관리 수준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적용으로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데다, 그나마 관객을 맞는 작품은 객석 띄어 앉기 실시로 공연 올리는 게 오히려 손해인 상황이다. 하반기 예정작들이 공연을 취소하거나 티켓오픈을 망설이는 가운데 불확실성에 따른 공연시장 위축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30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17~29일 2주간 공연 매출은 35억 원으로 직전 2주(104억)의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22~23일 공연계 확진·접촉자 속출로 10편에 이르는 작품이 취소된 데 이어 공연 임시 중단이 잇따른 탓이다. 이미 팔린 9월 티켓도 전체 취소 후 좌석 띄어 앉기를 적용해 재배정한 터라 타격이 컸다. 공연 매출은 지난 4월 47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점차 회복세를 보여 왔다. 특히 8월 들어서는 신작 개막에 힘입어 오랜만에 200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기 때문에 업계의 상실감은 크다. 29일 기준 8월 매출은 163억원에 그쳤다.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조짐이 안 보인다는 데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예술의전당과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주요 국공립공연장 운영은 길게는 내달 14일까지 중단된다. 이에 따라 피아니스트 김선욱 리사이틀이 취소됐고, 뮤지컬 썸씽로튼·머더 발라드, 연극 동양극장 2020·스웨트·나, 혜석 등 국공립극장의 기획·대관 작품이 취소되거나 중단·연기됐다. 공연이 재개돼도 모든 극장에 엄격한 띄어 앉기가 전면 적용됨에 따라 객석 가동률이 50% 대로 떨어진다. 대학로 극장이 밀집된 종로구 등 주요 자치구는 ‘띄어 앉기 미준수 시설에 대한 집합 금지 및 고발 조치’를 공지한 상태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객석의 80%는 차야 수익이 난다. 50% 선에선 매일 손해 보며 공연을 올려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이렇다 보니 9~10월 개막 예정인 일부 작품은 티켓 오픈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가장 답답한 부분은 뚜렷한 돌파구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코로나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한 이전 방식의 공연은 어렵다”며 “공연 형태와 유통 등 전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매일 상황이 급변하다 보니 ‘암중모색’만 이어가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문화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했다가 코로나 재확산 이후 중단한 904억 원 규모의 소비 할인 쿠폰 예산 중 일부라도 띄어 앉기 적용에 따른 손실 보전에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수업 공백 및 콘텐츠 부재로 어려움을 겪는 교육계에서 공연 영상을 활용하도록 해 영상 소비층과 관련 예산을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제안도 나온다.
/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