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011160)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두산중공업(034020)은 대우산업개발과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가격 눈높이 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대우산업개발은 두산(000150)그룹이 원했던 금액의 4분의1 수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대우산업개발과 이어가던 두산건설 매각 논의가 최종 결렬됐다. 두산중공업은 차순위 인수 희망자와 재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두산중공업 베트남법인 지분 23.7%를 637억원에 취득하기로 지난 8일 결정하기도 했다. 매각 작업이 길어지는 것을 대비해 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가격 눈높이 격차가 이번 매각 결렬의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된다. 애초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최소 2,000억원 이상에서 매각하기를 원했지만 대우산업개발은 그에 한참 못 미치는 약 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건설의 자진 상장폐지 이전 시가총액(4,300억원)의 8분의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두산건설의 매각 작업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두산그룹은 지난해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진성 의지를 가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두산그룹은 두산건설을 물적분할한 뒤 신설법인인 ‘밸류그로스법인’에 일산 위브더제니스스퀘어, 포천 칸리조트 개발사업 등과 같은 부실자산을 넘겼다. 지난 7월에는 대우산업개발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부여하고 매각 논의를 이어갔다. 초반에는 둘 간의 거래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서 매각이 결렬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우산업개발은 잠재 부실 가능성 등을 이유로 실사 과정에서의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산건설은 두산그룹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다. 두산건설이 2011년부터 일산 위브더제니스 등 대형 분양사업의 잇따른 실패로 어려움을 겪자 두산그룹은 지난 10여년간 무려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이중 모회사인 두산중공업이 2조원 이상을 책임졌다.
/김기정기자 aboutk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