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004000)이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인수하는 두산솔루스(336370)에 3,000억원을 ‘베팅’한다. 전기차용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박을 비롯해 동박 등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PEF는 향후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 투자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23일 롯데정밀화학은 스카이레이크가 두산솔루스 인수를 위해 설립한 ‘스카이스크래퍼 롱텀 스트래티직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2,90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스카이레이크는 최근 결성을 앞둔 7,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펀드와 프로젝트 펀드를 통해 두산솔루스를 7,000억원 가량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5,000억원 규모 자본확충을 통해 추가 설비투자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롯데그룹은 지난 6월 두산솔루스가 공개 매물로 나왔을 때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다만 비싼 몸값과 동박·전지박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 4개 사업부가 얽혀 있는 구조 탓에 결국 불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대신 스카이레이크의 프로젝트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2,900억원을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이로써 롯데정밀은 향후 두산솔루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PEF인 스카이레이크는 블라인드펀드의 존속기한인 7년 이내에 두산솔루스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계열회사인 롯데알미늄도 헝가리에 1,100억원 규모의 2차전지 양극박 생산 공장을 짓는 등 그룹차원에서 배터리 관련 사업을 키우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를 인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스카이레이크는 두산솔루스의 경영권을 7,000억원에 인수한 뒤 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위한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등이 출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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