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이 전 세계를 휩쓴 1968년은 혁명의 분위기가 지배했지만 그에 따른 반동도 엄청났다. 월남전 반대 평화운동이 거셌던 미국에는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정권이 들어섰다. 당시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장 앞에서 신좌파와 학생들, 반전평화단체 등이 계획했던 평화시위는 경찰과의 충돌로 인해 폭력사태로 비화했다. 사태를 주동한 혐의로 체포된 7명의 재판은 권위를 앞세운 편파적인 판사와 각종 위증, 배심원 기피 공작이 판을 친, 미국 역사상 가장 엽기적 재판 중 하나로 꼽힌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그 혼돈의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와 HBO 드라마 ‘뉴스룸’ 등의 각본을 쓴 에런 소킨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중량감 있는 배우들도 대거 나온다. 사샤 배런 코언이 신좌파 청년국제당 설립자인 애비 호프먼, 에디 레드메인이 학생운동가 톰 헤이든, 조셉 고든 레빗이 리처드 슐츠 검사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고유한 리듬감과 속도를 유지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를 전개해 나간다. 발랄한 음악과 월남전의 다큐멘터리 영상, 등장인물의 내레이션을 교차한 인트로 장면의 진지하면서도 무겁지만은 않은 분위기가 영화 내내 이어진다. 빠른 화면 전환과 교차편집, 플래시백의 적극적 활용 등 다양한 편집의 공이다. 재판, 시위 준비부터 진압까지의 각종 상황, 그리고 당시에 대해 말하는 애비 호프먼의 스탠드업 코미디 장면이 수시로 겹친다. 관객들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음악의 사용도 적절하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영화 속 1968년 미국의 상황과 2020년 현재의 미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대선을 앞둔 국면,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정서, 경찰 폭력 등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감독은 리처드 닉슨 당시 정권과 오늘날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 별 차이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7일 전국 극장에 개봉하며 16일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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