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일반공모주 청약에 58조원 넘게 몰리며 ‘빅히트’로 끝났다. 청약 첫날에는 8조6,000억원에 그쳤지만 둘쨋날 50조원에 가까운 돈이 청약계좌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카카오게임즈의 증거금 기록(58조5,543억원)에 육박했다.
대표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6일 빅히트의 일반청약 증거금이 58조4,23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청약경쟁률은 606.97대1이다. SK바이오팜(323.02대 1)을 웃돌았으나 높은 공모가의 영향으로 카카오게임즈(1,524.85대 1)에는 한참 못 미쳤다. 증권사별로는 한국투자증권이 663.48대1로 가장 높았고 △NH투자증권 564.69대1 △미래에셋대우 589.74대1 △키움증권 585.23대1 등을 기록했다.
첫날 저조했던 청약열기는 이날 급격히 달아올랐다. 오전10시에는 11조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시간마다 6조~7조원이 유입되면서 최고기록에 1,306억원 모자란 가운데 마감했다.
다만 상장 이후 주가의 향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모에 참여한 기관투자가의 56.1%가 보호예수 확약을 걸지 않아 상장 첫날 물량이 대거 출회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약을 제시한 기관 중 절반가량(49.4%)은 1개월 확약이었다. SK바이오팜은 보호예수를 택한 81.2%의 절반가량이 6개월을 걸었다.
한편 일반청약을 마무리한 빅히트는 오는 15일 코스피에 상장한다. 공모가는 13만5,000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약 4조8,000억원이다.
빅히트 1억에 2주…‘따상’ 되도 43만원 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6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에서 ‘빅히트’를 치며 기업공개(IPO) 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올해 6월 처음으로 공모주 열풍을 이끈 SK바이오팜의 청약증거금 31조원을 넘어섰으며 카카오게임즈의 59조원과 비슷한 수준의 증거금으로 일반청약을 마무리했다. 청약은 흥행했지만 일반투자자 개개인에 돌아가는 공모주 몫은 많지 않다. 산술적으로 약 4,100만원에 1주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마이너스 통장 등 대출로 1억원을 마련했어도 돌아오는 공모주 수는 평균 2주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13만5,000원이다. 코스피시장에 오르는 오는 15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두 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기록할 경우 상장 첫날 종가는 35만1,000원. 당일 수익률은 160%로 높지만 1억원을 납입한 투자자의 수익은 43만2,000원에 그친다. 경쟁률이 워낙 높다 보니 납입 금액 대비 수익률은 투자자의 기대치보다 낮은 편이다.
기대보다 수익 규모는 적지만 일반투자자들은 “이만한 투자처가 없다”는 반응이다. 작지만 확실하게 수익을 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보다 정보력이 뛰어난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빅히트 공모주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지난달 진행된 수요예측에 국민연금뿐 아니라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글로벌 큰손이 대거 참여했는데 일부 외국계 기관들은 이례적으로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보유도 확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도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한다. 증권사들은 빅히트 목표주가로 16만~38만원을 제시하고 있는데 공모가 대비 20~ 180%가량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유동성은 넘치지만 부동산투자까지 규제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못한 자금이 공모주 시장에 몰렸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20~30대 중에는 마이너스 통장 등 대출까지 내 투자에 나선 투자자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30대 공모주 투자자는 “최근 금리가 높지 않아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지만 그만큼 (대출) 이자비용도 적어 마이너스 통장으로 청약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의 영향을 받은 투자자도 적지 않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이 65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빅히트 청약을 앞두고 시장 유동자금이 증권시장에 몰렸다. 공모주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한 투자자는 “본업 투자자들이 한 기업에 넣는 증거금 규모는 많아야 10조원 수준”이라며 “빅히트에 58조원이 넘게 들어왔는데 10조원이 넘는 금액 중 상당수는 신규 투자자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을 앞세운 빅히트의 성장 가능성도 흥행의 한 요인이다. 빅히트는 지난 2018년 연결기준 매출 3,014억원, 영업이익 799억원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실적은 매출 5,872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으로 각각 94.8%, 23.3% 늘었다. 올해 상반기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콘서트 등이 취소됐지만 매출 2,940억원, 영업이익 498억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빅히트는 BTS 군 입대를 앞두고 장기적으로 플랫폼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를 앞세워 콘텐츠 매출뿐 아니라 의류·악세서리 등 라이선싱 매출을 늘려나가고 있다. 공연·앨범 매출에 비해 BTS의 참여가 간접적이기 때문에 일부 아티스트 활동이 아닌 빅히트 역량에 따라 추가 매출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공모주를 받지 못한 투자자들이 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상장 직후 장내에서 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모주 투자자들에 비해 주식 취득 단가가 높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상장 직후 ‘따상상’을 기록하며 주가가 8만9,100원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하락 추세를 보이며 이날 현재 5만4,300원까지 떨어졌다. SK바이오팜도 비슷한 양상인데 상장 후 26만9,5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4만1,000원까지 빠졌다. 취득 단가가 낮은 공모주 투자자들은 여전히 100% 이상의 평가수익을 내고 있지만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은 손실을 봤을 가능성이 있다./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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