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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성 외장재' 타고 삽시간에 33층까지 불길

■울산 화재…복합패널 또 도마

에어컨 실외기 등서 불씨 추정

'6층이상 불연성' 건축법前 준공

고가 사다리차도 전국 10대뿐

초고층 화재 초기대응 어려워

9일 울산시 남구 주상복합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헬기가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재는 15시간 40분 만인 이날 오후2시50분이 돼서야 완전히 진화됐다. /울산=연합뉴스




지난 8일 저녁 울산시 남구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는 건물 외벽에 시공된 가연성 외장재가 피해를 키운 직접적인 원인으로 추정된다. 대형화재의 원인인 샌드위치 패널 문제가 이번에도 반복된 것이다. 게다가 초고층 빌딩이 잇따라 건설되는 상황에서 아직 국내에는 최대 23층까지 화재를 진입할 수 있는 사다리차밖에 없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화재는 8일 오후11시7분께 33층짜리 울산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의 1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울산에는 초속 15m 규모의 강풍이 불고 있어 최초 발화가 이뤄지자마자 곧장 위층으로 불길이 번졌다. 불길은 이어 건물 외벽을 타고 삽시간에 확산하면서 건물 전체로 번져나갔다.

소방당국이 초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로 순식간에 불길이 커진 것은 강풍 탓도 있지만 아파트의 외벽 소재가 알루미늄 복합패널인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통상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불연성 소재인 알루미늄에 가연성 소재를 접착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화재가 발생하면 알루미늄에는 불이 붙지 않지만 패널에 들어간 가연성 소재에 불이 붙이면서 순식간에 화재가 확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의 최초 발화 장소가 주상복합아파트 12층에 위치한 에어컨 실외기라고 추정하고 있다. 통상 실외기는 외부에 설치되는 만큼 바람이나 눈·비 등에 의한 부식에 취약하다. 낙엽이나 먼지 같은 이물질이 쌓이는 경우도 많아 정기적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과열 등으로 화재에 취약할 수 있다.

하지만 에어컨 실외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건물 외장재를 불연성 자재로 시공했다면 이 정도로 화재가 삽시간에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6층 이상 건물에 대해서는 건물 외장재에 불연성 재료 사용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는 2009년 4월에 준공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발코니가 없는 주상복합아파트의 특성도 화재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아파트는 발코니가 있어 불이 확산되는 시간을 어느 정도 지연시킬 수 있지만 주상복합아파트는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고층에 거주하는 주민이 지상으로 대피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초고층 건물에 발생한 화재에 곧장 대응할 수 있는 고가 사다리차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소방당국이 보유하고 있는 고가 사다리차는 최대 70m 높이로 건물 23층까지 대응할 수 있다. 이마저도 전국에 10대뿐이다. 서울·경기·인천에 각각 2대, 부산·대전·세종·제주에 각각 1대씩 있다. 전국에 30층 이상 고층 건축물이 4,692곳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다만 이번에 인명피해가 사망자 없이 중경상 93명에 그친 것은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대피 계단의 효과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는 화재가 발생하면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대피 계단이 양압 방식으로 설계된다. 양압 방식은 외부보다 압력이 높아 바깥에서 발생한 연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한다. 고층 아파트가 아닌 일반 아파트도 평소에 대피 계단의 문을 닫아 놓아야 화재가 발생할때 어느 정도 방화벽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알루미늄 패널도 잇따른 대형 화재를 일으킨 샌드위치 패널만큼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에 법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08년 1월 경기 이천에 위치한 코리아2000 냉동창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당시 창고 안에 있던 57명 중 40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면서 이를 피해 빠져나온 근로자는 17명에 불과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인근 서이천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해 참사로 이어졌다. 소방차 30여대에 300여명의 소방관이 동원돼 진화에 나섰지만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근로자 7명이 목숨을 잃었다.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과 우레탄폼을 물류창고에 사용하면서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해당 건물은 2010년 이전에 건축돼 외장재에 알루미늄 복합패널을 사용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복합패널의 특성상 내부에 가연성 소재가 들어가기에 고층 아파트만이라도 시공 단계부터 외벽에 불연성 소재를 의무화하는 법규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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