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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특허몽니]통상문제 얽혀 정부 지원도 쉽잖아...韓 소부장 또 흔들리나

중기 "법무팀도 없는데...진흙탕 싸움 빠지면 경영 마비"

벌써부터 고객이탈 조짐...특허지뢰밭 탈출구 찾기 고심

학계·정치권 "올 게 왔다...법리싸움 위한 우회 지원 절실"

국내 대표 소부장 기업인 솔브레인의 중앙연구소 연구원이 제품 소재 표면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솔브레인




일본 기업이 우리나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 기업을 상대로 잇따라 소송에 나선 데는 한국 소부장 기업의 기술력 제고에 따른 제품 개발, 글로벌 기업의 소싱 다원화 등으로 자신의 수요처가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소재 기업의 실적은 한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 이후 악화일로다. 불화수소 업체 스텔라케미파의 올 1·4분기 고순도 불화수소 출하량은 LG디스플레이가 한국의 솔브레인 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전 분기 대비 30%나 빠졌고 폴리이미드를 만드는 스미토모화학은 올 2·4분기 영업이익이 70%(전년 동기 대비) 급감했다. 이런 실적 악화가 한국 기업의 기술 자립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향을 준 것은 틀림없다.

한편으로 일본의 특허소송 제기는 자신의 원천기술에 대한 자신감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소송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는데다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선발주자 입장에서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소송 승패와 상관없이 소송 그 자체만으로도 국내 기업이 휘청일 수 있는 점이다. 이미 국내 기업의 소송 리스크를 우려한 기업들이 거래 관계를 축소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진흙탕 싸움과도 같은 특허 소송에 시간을 허비할 경우 경영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특허 소송이 통상 문제와 엮여 있어 정부 지원도 쉽지 않아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유 있는 日의 몽니…지난 1년간 韓 소부장 경쟁력 높아져

15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부장 기업의 경쟁력은 1년 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일본과 수입 거래가 있는 국내 기업 149곳(지난해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올 6월 우리나라 기업 점수는 91.6으로 평가됐다. 수출 규제가 시작됐던 1년 남짓 전인 지난해 7월(89.6)보다 상승한 수치다. 일본 수출 규제 3대 품목에 대한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집중적인 지원 정책이 주효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지 일본에서 일본 기업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 이의 신청은 올 들어 11건(8월 기준)이나 됐다. 지난해 연간 8건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최근 5년간 가장 이의신청이 많았던 2017년을 추월할 가능성이 크다. 역으로 국내 기업이 일본에 이의 신청을 한 건수도 올해 15건으로 지난해(8건)를 두 배가량 웃돌았다. 양국의 기술갈등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송 리스크에 고객 이탈 조짐마저 감지…불안한 韓 소부장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더블유스코프는 올 1월 일본의 아사히카세이에 특허침해 소송을 당했다. 더블유스코프가 이차전지용 분리막 특허를 침해했다며 한국에서 제조와 판매금지를 요구했다. 아사히카세이는 이미 더블유스코프 제품의 중국 유통사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올 4월 중국 법원 1심에서 침해 인정 판결을 받아냈다. 시장 점유율이 2011년 24%에서 2019년 15%까지 하락한 아사히카세이가 더블유스코프에 대한 집중적인 견제에 나섰다는 말이 나온다.



무라타기계도 지난해 말 국내 기업 세메스에 웨이퍼 운반 자동화 장비(OHT)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OHT 장비는 일본산의 독무대였다. 이 장비는 웨이퍼가 이동하면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신속한 운반을 통해 수율을 높이기 위한 반도체 핵심 장비. 일본이 사실상 독점하던 이 시장에서 세메스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에스에프에이도 국산화에 성공하자 ‘역공’이 시작된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소송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피소기업과 거래를 꺼리는 기업이 발생하고 있고 국내 중소기업을 공급망 체인에 넣으려던 기업들도 이를 재고하는 분위기다. 인천에서 반도체 도금액을 생산하는 A 중소기업의 대표는 “대기업으로서는 아직 거래 관계가 없는 중소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고 소송 리스크까지 있다면 기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허는 후발주자 입장에서 지뢰밭…법리 싸움 위한 인력 지원 절실

학계와 정치권은 “올 게 왔다”는 입장이다. 소송에 취약한 분야를 선제 발굴하고 법리 싸움 대응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홍장원 변리사협회 회장은 “정부도 지식재산권 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소송에 취약한 특허를 찾아내고 있지만 반드시 필요한 기술개발 과정에서 소송은 일정 부분 피할 수 없는 측면도 있다”며 “법리 싸움이 펼쳐질 경우 변리사와 같은 전문인력이 변론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통해 국내 기업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변리사협회와 같은 전문조직단체에 IP 연구개발(R&D) 사업 역할이 주어진다면 기업의 기술개발단계에서부터 특허 분쟁을 피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과 중국의 특허심사는 일본에 비해 권리범위가 넓다는 점을 일본 기업이 악용하고 있다”며 “현재 특허가 출원된 후 정부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기업의 특허경쟁력 확보를 위한 범정부조직 신설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일본 기업의 소송이 두렵다고 기술개발을 포기할 수도 없다”며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인력 지원 등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양종곤·박호현·이재명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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